◎김일성 사망후 4년3개월간 외부 인사접견 11차례 그쳐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김정일(金正日)이 북한 최고위직인 국방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그를 첫번째로 면담한 외부인사로 기록됐다. 김정일이 실질적으로 북한을 이끌어 온 94년 7월 김일성(金日成) 주석 사망 이후를 기준으로 할 때 정명예회장은 김국방위원장을 12번째로 접견한 외부 VIP이다.
대중연설을 기피하고 굵직굵직한 공식일정에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던 김정일은 김일성 사망 후 정명예회장 면담 이전까지 4년3개월간 11차례 외부인사를 접견했다. 이는 북한매체와 외신보도를 기초로 한 집계이다. 일국의 실권자로서는 이례적인 접견 빈도이다. 접견형식도 개별면담은 한두차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여러 인사들과의 의례적인 합동접견이었다. 더욱이 김일성 사망과 관련한 의전적인 성격이 짙은 접견이 대부분이었다. 남한 인사로는 95년 7월8일 고 문익환(文益煥) 목사의 부인 박용길(朴容吉) 장로가 당시 김정일 군최고사령관을 잠시 만난 적이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김정일이 정명예회장을 만난 것은 남북경협에 대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지닌다. 남한 최대 기업집단의 총수를 만나 경협방안을 논의할 경우 미국 일본 등지에서 조성되고 있는 대북 강경분위기도 어느 정도 누그러질 수도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 같다.<이영섭 기자>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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