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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하와이 상공,정말 아름답다”/디스커버리호 궤도 진입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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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하와이 상공,정말 아름답다”/디스커버리호 궤도 진입 성공

입력
1998.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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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경보음… 발사 늦어져/클린턴 “노인들에 위대한 날”/기자 2,000명 몰려 취재 경쟁/NYT는 과열분위기 꼬집어우주비행 사상 최고령인 77세의 나이로 두번째 우주여행에 나선 존 글렌 상원의원 등 7명의 승무원을 태운 미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30일 새벽 4시19분(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의 케이프 커내버럴 발사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돼 8분후 지구궤도에 진입했다. 관제탑의 신호와 함께 디스커버리호가 굉음과 연기를 내뿜으며 가을 하늘로 솟구치자 발사장 주변을 메운 30여만명은 환호했다. 세기의 우주비행을 지켜 본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36년 전 존 글렌의 첫 우주비행을 떨리는 목소리로 방송했던 전설적 앵커맨 월터 크롱카이트는 CNN에 다시 출연, 『가라, 어서 가라(Go, baby. Go)』며 장도를 축하했다. 이 멘트는 62년 글렌의 역사적인 프렌드십 7호 비행 중계 때 그가 했던 말. 많은 미국인들은 이 말에 36년의 시공을 단숨에 뛰어 넘어 당시의 감격에 젖었다.

글렌 상원의원은 발사 3시간 뒤 하와이 550㎞ 상공에서 관제탑과 교신을 하며 이에 화답했다. 『여기는 하와이 상공. 제로 G(무중력 상태). 매우 아름답다. 기분이 좋다』. 그 역시 36년 전의 첫 우주 비행때의 소감을 다시 반복했다. 『그의 입이 귀까지 찢어졌다』고 동료 승무원들은 본부에 전했다.

이날 발사는 예정보다 19분34초가 늦어졌다. 이륙 직전 조종석에서 원인 모를 경고음이 울리고, 발사장 주변을 날던 경비행기가 제한 구역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또 우주선 뒷쪽의 착륙용 문이 떨어져 나갔으나 발사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날 우주센터 발사장에는 클린턴 대통령 부부, 스페인의 펠리페 왕자를 비롯, 미국 여야의 정치인들과 영화 타이타닉의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권투 선수 에반더 홀리필드 등 유명인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또 2,000여명의 기자들이 몰렸고 미국의 주요 매체들은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새로 개발된 고해상도TV를 동원, 발사 장면을 보도했다. 미국 전역에서는 수백만명이 TV를 지켜봤다. 클린턴은 발사 직후 『글렌은 진정한 미국의 영웅』이라며 『오늘은 미국인들에게, 미국의 노인들에게 위대한 날』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열광적 분위기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이날자 사설에서 꼬집었다. 이 신문은 『그대로 놔두면 평범했을 이번 비행을 둘러싼 소동에는 약간 슬프고 필사적이기까지 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고 썼다. 또 『홈런타자 마크 맥과이어처럼 더이상 환호할 대상이 없는 나라가 과거의 영광에 대한 향수에 빠지기로 작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발사된 디스커버리호는 9일간의 우주비행중 무중력상태가 인체 및 노화에 미치는 영향 등 80가지 과학실험을 실시하고 태양을 이틀동안 관찰할 스파르탄 위성을 우주공간에 배치한 뒤 11월7일 케네디 우주센터로 귀환할 예정이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

◎인류 우주탐사 일지

▣57.10.4=구소련, 사상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닉 발사

▣61.4.12=소련 우주인 가가린, 최초로 우주 비행

▣61.5.5=앨런 셰퍼드, 미국인 최초로 우주 비행

▣62.2.20=존 글렌, 미국인 최초로 우주 궤도비행

▣63.6.16=소련 발렌티나 테레시코바,여성 최초로 우주비행

▣69.7.20=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 달 착륙

▣71.4.19=소련,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류트 1호 발사

▣75.7.17=미 아폴로­소 소유즈 우주궤도 도킹

▣81.4.12=미국, 최초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발사

▣86.1.28=우주왕복선 챌린저 발사직후 폭발.승무원 7명 전원 사망

▣86.2.20=소련, 미르 우주 정거장 발사

▣95.6.29=우주 왕복선 애틀랜티스­미르 도킹

▣96.11.19=미국 스토리 머스그레이브, 61세로 최고령 우주 비행

◎글렌 1·2차 비행비교/우주경쟁서 평화비행으로

존 글렌의 62년 미국 첫 우주비행과 98년 세계 최고령 우주비행은 우주비행의 역사와 국제정치 등 많은 면에서 세월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62년 글렌 소령이 프렌드십 7호에 올라 미국 첫 우주비행사가 된 것은 냉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의 미·소 우주경쟁이 가장 큰 배경이다. 소련에 유인 우주선 경쟁에서 뒤처진 미국은 국력을 총동원해 따라잡기에 나서 무리를 거듭한 끝에 글렌을 태운 우주선을 발사했다. 우주공간의 군사적 지배를 둘러싼 각축의 시작이었다. 냉전의 전사이자 미국의 영웅으로서 우주에 쏘아올려진 글렌은 그 덕에 뒤에 상원의원까지 됐다.

당시 우주비행사는 조작의 자율성이나 선내 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원숭이 대역』 『깡통 속의 햄』 등으로 우습게 여겨져 일급 군 조종사들이 지원을 거부할 정도였다. 우주비행을 견딜 체력과 발사실패 때의 죽음을 무릅쓰는 군인정신과 용기가 중요했다.

그러나 36년이 지난 지금 글렌의 우주비행은 노화연구라는 과학실험이 목적이다.

또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정기적 비행은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이라는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과 국제협력을 위한 화물선 임무를 띤 것이다. 디스커버리호 조종사 스티븐 린드지 중령은 『우리는 오늘날 여객기로 여행하듯 앞으로 우주를 여행할 것』이라며 이번 비행을 상업적 우주비행의 첫 단계로 규정했다. 무엇보다 글렌과 같은 노인의 탑승이 가능해진 것은 엄청난 우주비행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62년과 98년 사이에 변함없는 것은 「영웅」 만들기에 열중하는 언론과 미 항공우주국(NASA)의 지나친 자기 광고, 그리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보려는 미국 정부라는 비판도 있다.<신윤석 기자>

◎홍일점 무카이 지아키/日 심장전문의… 두번째 우주비행

미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는 홍일점이자 동양인 승무원이 한 명 탑승했다. 의사인 일본여성 무카이 지아키(向井千秋·46). 존 글렌 상원의원의 옆에 앉아 주치의 역할을 겸한 그가 불황의 늪에 빠진 일본 열도를 모처럼 열광시키고 있다.

그에게는 94년 7월 컬럼비아호를 타고 우주에 15일간 머문 데 이은 두번째 우주여행이다. 일본 첫 우주비행사인 모리 마모루(毛利衛)에 이어 일본에서 두번째,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우주를 여행했다. 이후 국민적 히로인으로 일거수 일투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명문 게이오(慶應)대학 의학부 출신의 심장외과 전문의인 그는 「생체 실험」에 나선 글렌의원의 심장·혈관계를 정밀하게 조사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그는 초년병 의사이던 83년 우연히 우주비행사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 이후 남편(51)과 함께 게이오대학병원에서 일하면서 우주비행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운동은 만능이고 대학시절 알파인스키 선수로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도쿄=황영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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