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무리 시중에 돈을 풀어도 금융권에서만 돈이 맴돌뿐 목이 타들어가는 산업현장으로는 가지않는 신용경색이 장기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은행 구조조정과 기업의 불확실성 증대, 실물경제 침체, 경제주체간의 불신 등의 복합적 원인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은행의 경우 신축적인 통화정책과 저축성예금 증가 등으로 인해 대출여력은 충분하다. 또한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지난달 일단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BIS 자기자본 비율도 대부분 10%대를 넘어 재무건전성이 상당히 양호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출이 부진한 것은 은행내부에서 진행중인 구조조정 탓이다. 고용조정, 인력재배치, 합병 등의 와중에서 잘못 대출했다가는 인사·재산상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은행창구에서는 대출기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기업쪽 사정을 보면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중이기 때문에 기업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다. 이는 기업의 신용위험이 아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태에서 은행은 홀로 그 위험을 부담할 수 없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경기가 급냉하고 있기 때문에 부도위험이 더욱 높아지고 이로 인해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경색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여기서 신용경색의 해소방안을 알아보기 전에 신용경색의 실상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몇가지 점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자금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심화이다. 정책당국의 통화공급 확대, 실물경제의 위축에 따른 자금수요 감소 등에 의해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돈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자금이 풍부한 우량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대출을 상환하고 있어 뭉칫돈들이 금융기관으로 되돌아가고 있으며, 이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자금운용에 애로를 겪을 정도이다. 그러나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은 운전자금등 수요는 많지만 돈 구하기가 쉽지 않다. 즉 자금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금융기관 간에만 돈이 돈다고 하지만 기업들은 은행대출 대신에 회사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은행들은 기업들의 신용위험을 감당할 수 없어 대출 대신 투신사에 예탁을 하면 투신사는 대부분 이 자금으로 회사채를 매입하게 된다. 결국 은행대출을 통한 간접금융 형태에서 회사채발행을 통한 직접금융 형태로 자금이 기업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셋째, 신용위험이 높은 중소기업에게 대출을 강요하는 것은 금융기관을 다시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금융기관의 여신심사 기준이 완화될 경우 기업들의 도덕적해이(Moral hazard)에 의해 부실대출의 가능성을 높일 우려도 있다.
신용경색의 해결방안은 우선 은행의 내부적 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지어 은행업무를 조기에 정상화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구조조정 작업도 빨리 마무리해 기업부문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또한 지금의 신용경색이 신용위험을 떠안을 경제주체가 없기 때문인만큼 정부가 신용보증기관에 출연을 확대하여 중소기업의 신용을 보장해야 하고 정부 산하 은행을 통해 중소기업들에 신용대출을 늘려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대기업을 통한 중소기업 자금지원 확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협력업체, 하청업체 등으로 연계되어 해당 중소기업의 신용상태를 어느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다. 대기업이 관련 중소기업에게 현금결제, 어음결제기간 단축 등 신용공여를 확대하면 중소기업 자금사정이 한결 좋아질 것이다. 은행들은 중장기적으로 신용대출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과학적인 여신심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여신심사기법의 선진화, 여신심사인력의 양성 등으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여신심사를 바탕으로 신용대출을 제공해야만 비로서 자금의 정상적인 흐름이 가능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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