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에 대해 너무들 관심이 없다. 어느 자리를 가도 빅딜이나 M&A 워크아웃 같은 것들만 화제가 되고 있고 경제관료나 금융인 기업인 할 것 없이 경제를 한다는 사람들이 전부 구조조정과 합병, 퇴출 같은데만 관심들을 쏟고 있다. 학자들도 시장경제를 논하고 국제금융시장의 최신 흐름 같은 것에 대해 말을 해야 뭘 좀 아는 사람으로 대접을 받는다. 수출을 강조하는 사람은 케케묵은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 분위기다.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구태를 벗지 못한 사람, 사고가 경직된 사람이며 IMF 이전 구시대의 환상을 깨지 못한 사람이라며 오히려 빈축의 대상이 되고 있다.더군다나 요즘들어서는 우리 경제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낙관적인 쪽으로 분위기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수출을 걱정하는 소리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른바 신3저라는 새로운 호재가 나타났고 대외신인도가 회복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자세가 달라지기 시작했으며 부도율이 IMF이전 수준으로 낮아지는등 각종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어서 경제위기가 이제 끝나가는게 아닌가 싶은 분위기다.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까 정부안에 수출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싹 없어져 버린 것 같다. 대통령이 직접 수출을 챙기겠다고 나서면서 각종 수출대책회의를 열며 부산하던 것이 바로 지난 달인데, 한달도 못가 거의 모든 활동이 중단된 것처럼 조용해져 버렸다. 대통령 특별지시로 만들어진 수출비상대책반만 9월 이후 겨우 세번, 그것도 실무자들의 대리참석으로 진행됐을 뿐 무역투자애로대책반회의나 수출품목지역담당관회의 같은 각종 크고 작은 회의들이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아예 수출을 포기해버린게 아니냐는 원망의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막연한 낙관론 속에 지금 우리 수출은 사상 최악의 기록을 내면서 갈수록 더 나빠지고 있다. 10월의 수출은 마이너스 15%, 유례없는 기록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연간 수출은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 40년만에 처음으로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물량증가율의 하락폭이 너무나 급격하며 수출 단가 하락률은 몇달째 20%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5월이후 6개월째 연속해서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데도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오히려 낙관론이 점점 더 확산돼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IMF사태를 초래한 외환위기가 결국은 달러 부족으로 초래된 것이고 1,500억 달러가 넘는 거대한 외채의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자면 달러가 없으면 안되는데 그 달러를 벌어들이는 유일한 수단인 수출을 어쩌자고 이렇게 방치해 두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옛날 같은 방식으로는 안된다지만 그렇다면 새 시대,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수출 방식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방법이 없다』 『옛날 방식으로는 안된다』며 모든 노력을 포기하고 손을 들어버리는 것이다.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들도 아직까지 이쑤시개를 다듬어 내다 팔 정도로 수출에 열중하고 있는데 우리는 중진국도 되다만 형편에 너무 일찍 수출에 대범해져 버린게 아닌가 싶다. 40년동안 정교하게 다듬어져온 수출지원 체계와 각종 제도가 완전히 허물어 없어져 버렸는데도 그걸 걱정하고 새로 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없다. 수출을 이런 상태로 방치하다가 정부가 추진하는대로 정말로 경기가 부양돼서 수입이라도 늘기 시작하면 그때는 무슨 수로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할 것이며 또 한번의 외환위기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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