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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책특권에 꺾인 ‘피노체트 단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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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책특권에 꺾인 ‘피노체트 단죄’

입력
1998.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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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고등법원 “체포 불법” 판결/스페인 등 법정 회부 무산될듯칠레의 전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82)가 자신의 18년 집권동안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죄를 비켜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국 고등법원은 28일 영국 경찰이 스페인 사법당국의 요청에 따라 그를 체포한 것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국제법상 한 주권국가는 주권행위와 관련해 다른 주권국가를 논박(論駁)할 수 없다』며 『칠레 정부가 전직 국가원수인 피노체트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했다면 영국 정부가 이를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에 대비, 그의 신병을 계속 구금토록 했다

영국 최고법원인 상원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내려질 경우 피노체트를 학살과 고문, 납치 등의 혐의로 넘겨받아 법정에 세우려던 스페인 프랑스 스웨덴 등의 노력은 좌절될 공산이 커졌다.

판결 소식이 알려지자 도덕 외교를 주창했던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유감을 표명했고, 스페인 사회당은 『영국이 인권을 확대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상실했다』고 비난했다. 국제사면위원회 등 인권단체들은 『이번 판결은 반인류범죄를 단죄하기 위해 곧 설치될 국제형사재판소의 취지와도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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