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밤 11시55분 국회 법사위의 서울지검 국감장. 법적 감사종료시간을 5분 남겨놓고 피감기관장인 박순용(朴舜用) 서울지검장은 14명의 질문의원중 두번째로 이규택(李揆澤·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었다.사회석의 목요상(睦堯相·한나라당) 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야의원들에게 『12시를 넘겨 감사를 진행하려고 하는데 이의 없으시죠』라고 물었다.
총풍(銃風)사건수사와 관련해 「먹이감」인 박지검장을 눈앞에서 그대로 놓아줄 수 없었던 한나라당의원들은 일제히 『없습니다』를 외쳤다. 하지만 여당의 조찬형(趙贊衡·국민회의) 의원이 나서 『국회 운영위와 합의되지 않았으므로 시간연장은 안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예상밖의 태클에 당황한 야당측이 들고 일어나 대여성토에 열을 올렸지만 여당측은 「법대로」로 맞서다 28일 0시7분께 전원 퇴장했고 회의는 0시25분께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물론 이날 파행은 야당측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야당측은 6명의 의원들이 똑같은 항목을 중복해 묻느라 질의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 정작 중요한 「표적」인 서울지검장은 제대로 공략해 보지도 못했다.
팀웍에도 문제가 있어서 여당의원들이 퇴장한 사이 『위원장이 회의운영을 잘못했다』(의원들) 『의원들이 질문을 너무 많이하고 중간에 마구 끼여들어서 이렇게 돼 버렸다』(목위원장)고 다투며 자중지란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그러나 더 큰 책임은 역시 의원들 질의에 대한 답변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관행적인 감사시간 연장을 거부하면서까지 야당의 「판」을 봉쇄하는데 급급했던 여당에 있다는 지적이 다수다.
목위원장이 회의종료를 선언하자 『이제 누가 다수인지 알겠지』라고 으쓱해하던 여당의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만, 오만」의 단어와 『올챙이시절…』의 얘기가 떠올랐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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