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평양방송은 27일 『지금 남조선에서는 정쟁에 환장이 된 여야가 우리를 걸고 그 무슨 판문점사건이라는 것을 가지고 서로 물고 뜯을 내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만약 우리가 입이 터질 때는 여든 야든 다 함정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위협했다. 국회가 연일 국정감사를 통해 「총풍(銃風)」 사건등 이른바 북풍사건에 대한 입씨름을 계속하고 있는 시점에 나온 북한의 첫 반응이라는 점에서 예사로 보아 넘길 사안이 아니다. 항간에 나돌던 「북한이 우리정치와 선거의 키를 쥐고 있다」는 얘기가 사실로 확인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마저 든다.평양방송은 이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대변인의 기자회견 형식으로 『우리가 북과 남이 민간급에서 동포애에 기초하여 진행하려는 금강산관광사업에 남조선의 이른바 야당이라는 한나라당이 훼방을 놓으면서 각방으로 방해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입을 열면 이회창을 비롯한 한나라당 패거리들에게 좋을 것이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협박했다.
협박내용의 진위여부를 떠나 여야 모두 정쟁을 멈추고 스스로를 뒤돌아 봐야 한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적과 내통한 사실은 없었는지, 어쩌다가 정치권이 북한에 협박당하는 참담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한번쯤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는 자세를 가져야 마땅하다.
북한이 느닷없이 우리 내부의 북풍사건 논란에 참견하고 나서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바로 우리사회 내부의 혼란을 야기시키려는 의도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식량난으로 인민이 굶어죽어 가는 상황에서 남한기업으로부터 외자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행여 사회적 이완현상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따른 호도책임이 분명하다. 일견 조평통 대변인이 한나라당을 겨냥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여야 모두가 타깃이다.
북한은 남한 정치권을 이간시켜 혼란을 부추기면서 자신들의 이속을 챙기려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 정치권이 연북(聯北)화해의 한목소리를 내주도록 기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북풍사건에 대한 명확한 실체 파악조차 못한채 소모적 정쟁에 빠져있다. 북한이 「여든 야든 다 함정에 빠질」 약점을 갖고 있는지 여부는 당장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북풍사건에 대한 우리사회 내부의 소모적 정쟁이 계속되는 한 북한은 「꽃놀이패」 같은 협박카드를 계속 활용할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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