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13국 좌파시대 활짝… 정책·국제질서 변화예고유럽 대륙에 「붉은 10월」이 시작됐다.
지난 주말 오스트리아 푀르트샤흐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특별정상회담을 계기로 유럽의 신 좌파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EU 15개국중 스페인과 아일랜드를 제외한 13개국이 모두 중도 좌파 정권이다.
EU 대다수 국가가 18년여만에 붉게 물든 만큼 「보수」에서 「진보」로의 획기적 정책변화가 예고된다. 우선 EU정상들은 경제정책에 관한한 ▲고용창출 ▲공공지출의 확대를 통한 성장 추구 ▲투기자본의 규제 ▲복지정책의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심화하는 세계 경제 침체를 막기위해 통화관리보다 수요및 투자확대를 촉진해야 한다는 상황적 절박성에 EU 정상들이 공감한 결과다.
EU의 이같은 정책전환은 내년 예정된 유럽단일통화(유러)도입을 앞두고 지난 수년간 경제안정을 위해 엄격한 재정·통화정책을 시행해온 점에 비춰보면 놀라운 변신이다. EU는 사회·복지·여성문제 등 여타 분야의 정책에서도 사회주의적 색채를 한층 강화할 게 분명하다.
EU내 좌파중심의 정책조율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유럽보수주의를 이끌던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퇴진이후 들어선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권의 등장을 시발로 영국과 프랑스,독일을 잇는 3각축의 정책공조는 더욱 확고해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70년대를 끝으로 막을 내린 EU의 사회민주주의 시대가 다시 본격 전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각국간 국내 정치·경제적 상황이 판이한데다 EU 공동경제정책에 대한 이견도 만만치 않기때문이다. 특히 금리인하문제의 경우 이에 반대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벽을 넘어야하며 재정지출확대 역시 재정·통화정책의 엄격한 운용을 규정한 안정화협약을 감안할때 간단한 과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독일및 이탈리아의 정권교체를 전기로 유럽대륙에 신 좌파시대가 열린 만큼 단일슈퍼파워인 미국과 맞설 수 있는 EU의 출현은 국제 질서에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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