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독일의 「赤綠연정」이 닻을 올렸다. 사민당과 녹색당의 결합은 전후 독일역사상 가장 진보적 성격을 띨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현재 유럽을 풍미하고 있는 사회주의 득세와 맥을 함께 하고 있다. 특히 이번 독일연정이 새롭게 주목받는 것은 환경보호를 기치로 내건 녹색당이 세계 최초로 연정에 참여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독일 녹색당은 요시카 피셔 외무장관을 비롯해 환경 보건장관등 3명의 각료를 내각에 포진시켰다. 프랑스의 조스팽내각에도 녹색당 환경장관이 이미 나왔고, 유럽 35개국에서 환경정당이 나름대로의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20년전 청바지와 장발의 독일 젊은이들이 반핵과 환경보호를 외치며 녹색당깃발 아래로 몰려들 때 세계인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독일赤綠 연정으로 이어지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제 유럽에 부는 녹색당 바람이 한 순간의 정치적 유행으로 치부할 수가 없게 됐다. 탈냉전으로 유럽의 정치적 운신이 보다 자유로워졌고, 90년대 이후 심화된 지구환경문제가 녹색당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있다. 비록 연정협상과정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탈퇴주장 철회와 급진적인 환경정책에서 후퇴하는 현실적 접근을 보였지만,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중지 및 궁극적 폐쇄와 휘발유가격의 대폭인상등 녹색당의 정책은 큰 힘을 얻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앞으로 독일 赤綠연정의 환경정책이 유럽연합(EU)과 국제정치에 미칠 영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지구온난화등 환경문제는 모든 나라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지만 산업화정도에 따라 국가마다 관심의 정도가 다르다. 세계는 지금 환경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유럽세력과 소극적인 제3세계가 대치하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등 선진 에너지 다소비국가들이 중간적인 균형을 맞춰주고 있다.
독일은 콜 총리시절에도 가장 강경한 환경보호입장을 펴온 국가였다. 하물며 이제 독일과 프랑스의 환경장관이 녹색당각료라는 점을 생각할 때 국제환경회의에서 유럽의 압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유럽 녹색당바람은 에너지 최대 소비국인 미국에 의해 증폭될 수도 있다. 미국이 유럽의 보조에 맞춰 에너지소비 감축을 실현할 수는 없지만 환경보호론자인 앨 고어 부통령이 2000년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의 환경정책은 독일 녹색당출현에 버금하는 물살을 탈 것이란 점을 흘려넘겨서는 안된다. 이제 환경은 국제정치의 핵심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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