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환쟁이’ 10인의 현실개척 의지와 좌절 그려작가들이 꿈꾸는 것은 언제나 「다른 세상」이 아닐까. 그들은 늘 지금보다 나은 세상, 보다 따뜻하고 희망이 있는 세상을 원하고 그래서 쓴다. 그것을 찾아 과거로 돌아가기도 하고, 현실을 비판하고, 없는 미래를 만들어보기도 한다. 91년 첫 장편 「돌아서지 않는 사람들」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으며 대표적 90년대작가로 떠오른 하창수(38)씨는 그 세상을 찾아 150년 전의 조선시대로 갔다. 그가 오랜만에 발표한 전작장편 「그들의 나라」(전4권·책세상 발행)는 시대를 거스르려 하는 아웃사이더 10명을 통해 오늘 우리들에게 현실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의 새로운 열정을 심어주려 한다.
그 아웃사이더들은 이른바 「환쟁이」들이다. 서자라는 족쇄에 묶여 인생은 추하고 더럽고 황량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거지 난쟁이 유민들만 그리는 김후억, 전생이 불길하다 하여 집에서 쫓겨난뒤 소나무가지에 걸려 죽은 학만 그리는 정지백, 십우도(十牛圖)만 그리면서도 탈십우도의 경지를 꿈꾸는 떠돌이 중 정요, 천주교사화로 처자를 잃고 도자기 제작에 몰두하는 만곡…. 하나같이 소외된 10명이 「농사화회(弄思畵會)」라는 결사를 한다. 「생각을 희롱하는 그림모임」이라는 뜻이다. 신분차이를 넘어 예술세계와 형제애로 끈끈히 뭉친 이들은 자신들만의 「그림의 나라」를 통해 시대의 벽을 넘고자 한다.
스스로도 춘천에서 힘들게 전업작가로 살고 있는 하씨는 조선후기 사회상에 대한 실감나는 묘사, 불가의 선사상과 당시의 새로운 사상이었던 천주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함께 춘화등 갖가지 그림의 세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소설에서 10명은 결국 체제내 권력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하씨는 『세계는 거대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것들은 너무 작고 약하다. 그러나 나는 그 약한 존재들이 세계의 주인이고, 그들의 열정과 슬픔과 인내가 세계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력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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