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A(29)씨는 결혼 3년이 지났으나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산부인과 검진결과 별다른 이상은 없으나 살을 좀 빼라는 권유를 받고는 비만클리닉을 찾았다. 그는 키 158㎝, 체중 70㎏으로 비만형이었다. 결혼 전에는 60㎏ 정도를 유지했지만 결혼 후 마음이 편해진 탓인지 훌쩍 10㎏이 늘었고 월경도 불규칙했다. 비만해지면 왜 월경이 불규칙하고 임신도 잘 되지 않는 것일까.살이 찌면 필요 이상으로 체지방이 많아지고 결국 성호르몬의 균형이 깨진다. 비만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은 물론 남성호르몬까지 증가, 월경불순 배란장애 불임증을 초래할 수 있다. 사춘기 비만여성에게 남성호르몬이 많아지면 여성성은 쇠퇴하고 남성의 기능이 강해져 목소리가 굵어지고 털이 많이 나며 외모가 남성처럼 변할 수도 있다.
여성호르몬의 불균형이 동반되면서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고 여러 개의 낭종이 생기는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생기기도 한다. 이 때는 부인과적 치료와 함께 체중을 줄여야 근본적인 치료가 이뤄진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과다해지면 자궁내막암과 유방암의 위험이 높아진다. 이런 암이 서양인에게 더 많은 것은 비만한 여성이 많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유방암 환자가 증가하는 것도 비만여성이 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남자도 복부비만이 지나치면 음경부위에 지방이 축적돼 음경이 상대적으로 작아지면서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발기가 돼도 성행위가 쉽지 않다. 역시 성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서 남성호르몬이 적어지고 여성호르몬이 상대적으로 많아져 정자감소증 무정자증 불임증을 나타내기도 한다. 사춘기 비만남성은 유방이 여성처럼 커지는등 신체적 결함을 보일 수도 있다.
성호르몬에 이상이 없더라도 비만 자체로 인해 성욕이 감퇴하거나 고혈압 당뇨병 협심증이 생겨 성생활을 기피하는 경우도 많다. 비만은 여러 가지 건강문제와 함께 성기능장애나 성호르몬과 관련된 암의 위험을 높인다. 원만한 성생활을 위해 체중조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박혜순 울산대의대 교수·서울중앙병원 비만클리닉>박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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