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기자 불러라” 언론 홍보 신경/술까지 마시고 들어와 졸거나 잡담만/“말 똑바로 해” “니가 뭔데” 반말도 예사/실무자가 만든 답변서 작년과 거의 비슷여야가 『국정감사를 정책감사로 진지하게 치르겠다』고 호언했지만 국감 현장은 초반부터 정쟁과 구태, 졸음과 무성의로 휘청거렸다. 일부 의원들은 반말과 고함을 선명성의 상징으로 착각하는듯 했고 언론플레이에만 매달리는 얄팍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몇몇 장관들은 실무자들이 만든 자료를 그대로 읽어 『작년 녹음기를 듣는 기분』이라는 핀잔을 받기도 했다.
추태로 꼽힌 대표적인 사례는 농림해양수산위의 윤한도(尹漢道·한나라당) 의원. 윤의원은 23일 농림부 감사에서 『농림부가 어떻게 했기에 TV카메라 기자들이 한 명도 없느냐』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혼이 난 농림부 직원들의 수소문 끝에 TV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자 윤의원은 느닷없이 태풍피해로 싹이 돋은 볏단을 김성훈(金成勳) 장관에 들이밀며 『이게 바로 농민이 흘리는 눈물의 씨앗』이라고 다그쳤다. 이에 동료의원들까지 야유를 보냈고 공무원들은 『언론홍보가 중요한지, 나라살림 챙기기가 중요한지…』라며 혀를 찼다.
고성과 험구, 특히 욕설은 국감에서 사라져야 할 문제점 중 하나다. 정무위에서 김영선(金映宣·한나라당) 의원은 『40년간 인권의 옹호자였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고문을 안했다는 안기부 말을 믿는 것을 보니 이제 고문의 옹호자가 된 모양』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김의원의 독설도 독설이지만 그 뒤를 이어 여야의원들의 난타전은 꼴불견이었다. 국민회의 국창근 채영석(蔡映錫) 의원이 거칠게 항의하자 한나라당 이사철(李思哲) 의원이 『말 똑바로 해』라고 반말을 했다. 국의원이 『십년이나 어린게 말을 함부로 한다』고 맞받아치는 등 듣기민망한 설전이 계속됐다. 정무위는 또 저녁식사 시간을 30분으로 하느냐 1시간으로 하느냐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니가 뭔데 나서서 그러냐』 『어따대고 막말이냐』는 욕설이 오갔다.
국방위 감사에서는 일부 여야의원들이 저녁 때 술을 마시고 국감장에 들어와 졸거나 잡담을 하는 연례행사가 반복됐다. 일부 의원들은 술에 취한 목소리로 시비성 질의를 해 빈축을 샀고 국방장관 답변 도중 옆자리 의원들과 잡담을 나누기도 했다.
개인감정이 국감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23일 교육위의 교육부감사에서 정회도중 국민회의 설훈(薛勳) 의원이 『사학운영자들이 교육위에 오면 안된다』고 말했다가 같은 당 정희경(鄭喜卿) 의원과 한판 설전을 벌였고 두 의원은 국감내내 신경전을 벌여 공무원들을 조마조마하게 했다.
상임위간 관할다툼도 벌어졌다. 재경위가 금감위 소관상위인 정무위의 일정이 비어있는 토요일인 11월7일 이헌재(李憲宰) 금감위원장을 참고인으로 부르자 정무위가 이날 금감위 감사를 하겠다고 막고나선 것이다.
실세들에게는 저자세인 피감기관의 간부들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또 과기정통위의 정통부 감사에서 배순훈(裵洵勳) 장관은 실무자들이 만든 답변이 작년과 거의 같아 여야의원들로부터 신랄한 지적을 받았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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