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경영난 빠진 채널들 “허가안나도 돈벌이라면…”/너도나도 쇼핑프로 방영/종합유선방송위 7곳 징계 건의/“대수술 필요 정책적 결단을”케이블TV업계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방송질서를 파괴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부도가 났거나 경영난에 빠진 프로그램공급업체(PP)들이 「돈벌이가 되는」 상품판매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한국종합유선방송위원회(위원장 한정일)는 23일 이런 프로를 방송하는 CTN, Q채널, 다솜방송, 마이TV, HBS, 동아TV, GTV등 7개 PP에 대한 징계를 관계기관에 건의키로 했다. 다큐와 상업광고(Commercial)를 연계한 「다큐머셜」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이다. 그러나 PP들은 이런 프로를 포기하지 않을 태세인데다 한 종교방송마저 이 대열에 가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편성 변화를 꾀하는 PP도 있다. 문화예술채널 A&C코오롱은 A&C의 A(Art)는 그대로 두되 C의 의미를 Culture(문화)에서 Cinema(영화)로 바꾸고, 11월1일부터 20%로 허용된 부(副)편성(전문장르외 프로그램편성)시간에 모두 영화를 방송할 계획이다. 추억의 명화나 예술영화등을 집중 편성하고 부편성 비율이 확대되면 더 늘릴 방침이다. HBS등도 11월부터 영화 편성비율을 확대한다.
그런데 지난 달 각 PP가 문화관광부에 제출한 장르조정신청에서 건강·의료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을 전망이어서 케이블TV업계의 이러한 현상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31일로 예정됐던 문화부의 장르조정 결정은 다음 달로 미뤄진 상태이다.
상품판매프로로 징계대상이 된 PP들은 『오죽하면 법을 어기겠느냐』고 하소연한다. PP의 3년간 총누적적자는 5,563억원. 29개 PP중 이미 5개사가 부도를 냈고 나머지도 연쇄부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라는 것이다. 「프로그램 하나가 PP사 한 개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만큼 상품판매프로는 유혹적이다.
그러나 종합유선방송위는 『PP의 사정을 이해하지만 상품판매프로의 경우 소비자의 피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익성이 강한 소비자정보가 아닌 상품 자체를 광고하는 프로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종합유선방송위는 징계대상 프로들이 방송시간을 제공하고 송출료를 받는 형식으로 통신판매회사와 계약한 것들이어서 광고방송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최종수)의 입장은 더욱 단호하다. 협회 관계자는 『케이블TV는 공중파와 달리 전문성을 특징으로 한다. PP마다 돈벌이가 되고 시청률이 높은 분야를 택하다 보면 결국 공멸한다. 방송사의 존립을 위해 불법과 편법을 동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문화부등은 부편성 운영에 융통성을 주거나 상품정보라도 광고가 아닌 소비자정보의 성격이 강한 프로는 허용하는등 PP의 숨통을 터 줄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 PP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진통제 한 알로 치료할 수 없다. 과감한 구조조정등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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