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발 빠르게 내리면서 대출금리 인하에는 인색한채 엄청난 예대마진의 폭리를 계속 챙기고 있다. 시장 실세금리의 급락세에 맞춰 최근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조차 2년만에 한자릿수로 떨어뜨려 놓고도 막상 대출금리 인하는 시늉에만 그치고 있다. 지난 상반기중에만도 시중은행들은 자그마치 1조3,000억원이란 엄청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은행감독원이 23일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4개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평균 예대마진 즉 수신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는 3.91%포인트로 96년 3.33%, 97년 3.45%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일부 은행의 경우 마진이 5%를 넘어서고 있다.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 맞추기에 급급했던 지난 1·4분기에는 예대마진이 4.92%까지 치솟아 어떤 은행은 분기 업무이익이 5,000억원에 달했다.
IMF체제가 몰고온 살인적 고금리로 수많은 기업과 서민가계가 부도와 개인파산의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은행은 금리하락의 혜택을 자신들의 고객과 나누기는 커녕 엄청난 이익을 독식해온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그동안 저지른 부실여신으로 빚어진 수지악화를 고객의 주머니를 털어 일시에 보전하겠다는 속셈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여전히 대출금리 인하를 주저하고 있고 IMF직후 금융혼란기의 고금리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우리가 금리인하를 바랐는가. 고금리로 질식상태에 있는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 부담을 다소라도 덜어주고, 기업활동에 필요한 신규자금 수요를 자극해서 가라앉아가는 실물경제의 활력을 뒷받침해주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예금금리가 내리면 대출금리도 내리는게 마땅하다. 적정수준의 마진으로 금리하락의 혜택을 고객과 정당하게 나누지 않고 눈앞의 폭리에만 집착하면 결국 기업부도와 가계파산을 양산시켜 은행부실로 돌아 온다는걸 왜 모르는가.
대출해주기도 불안하다고 아예 손을 놓고, 쌓이는 예금재원을 주체 못해 안이하게 수신금리를 낮춰서 수지맞출 궁리만 한다고 은행이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출금리를 과감히 내리고, 적극적인 대출로 고객과 공존하겠다는 자세가 은행도 살고 나라경제도 살리는 길이다. 은행이 저지른 엄청난 부실정리를 왜 국민들의 혈세로 감당하고 있는 지 생각해 봐야 한다. 정부도 실세금리 떨어졌다고 가만히 손놓고 있을게 아니라 금리하락의 혜택이 골고루 확산되어 경제활력으로 이어지도록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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