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철종 때까지 472년에 걸친 기록이다. 풍부하고도 엄정한 기록, 완벽한 보존이 이뤄진 이 자랑스런 실록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 우리 TV 시대극이 조선을 배경으로 할 때 단연 현실감과 긴장감이 돋보이는 것도 실록이라는 우수한 텍스트가 있기 때문이다. 31일까지 서울대 규장각에서는 「조선왕조실록과 기록문화」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실록이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는 행사다.전시회에는 승정원일기·비변사등록 등 실록의 자료가 됐던 문헌과 특정 당파의 압력에 의해 출간된 수정본, 국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주제별로 만든 발췌본 등이 다채롭게 소개되고 있다. 선조들의 철저한 기록정신과 과학적 보존방식에 감탄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끄럽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약탈당한 340여권의 외규장각 도서 때문이다. 한 때 희망이 보이던 고서의 반환이 이젠 한불 외교현안에서 지워져가는 듯하다.
최근 또 다른 고문서 약탈사건이 발표되었다. 사단법인 한배달은 『일본 황실문고에는 한국 고대사 관련서가 모두 있다고 할 만큼 많은데, 대부분 단군 관련 자료』라고 주장했다. 이 역사연구단체는 황실문고에서 일하다 해방후 귀국한 박창화(당시 56세·사망)씨의 증언과 조선총독부 관보를 인용하고 있다. 박씨는 『조선고대사 관련 사서를 분류하는 일을 했는데, 일본인으로부터 「이런 사료들은 모두 빼앗아 왔기 때문에 조선에는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는 것이다.
한배달은 총독부 관보에 일본이 한일합방 직후 1년여 동안 전국에서 「불온서적」을 압수하여 51종 20여만권을 수거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특히 단군관계 고사서와 지리서, 위인전 등이 집중 수난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또 조선사 편찬을 핑계로 1923년부터 15년 동안 4,950종을 수탈한 사실도 조선사편수 사업개요에 기록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사안이므로, 한일 양국의 학자들이 사실 여부를 규명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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