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의 명소 가운데 「자바시티」(Java City)라는 커피숍이 있다. 특별한 메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장식도 없는 아주 평범한 곳이지만 자바의 커피향은 전세계인들의 사이버 공간인 인터넷을 감싸고 있다. 95년 인터넷 프로그래밍 언어로 개발된 「자바」는 차세대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전세계를 떠들썩 하게 했던 자바의 아이디어를 키워낸 터전이 바로 자바시티였다. 자바 개발의 주역인 빌 조이를 비롯한 엔지니어들은 팔로 알토(Palo Alto)의 썬마이크로시스템즈사에서 10분 남짓 거리에 있는 자바시티를 자주 들렸다. 이 곳에서 커피향에 젖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자유로운 토론을 바탕으로 자바를 탄생시켰다는 후문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PC업체인 컴팩도 식당과 얽힌 일화가 있다. 82년 PC혁명의 태동기에 IBM에 도전해 호환PC의 개념을 만들어낸 컴팩이 처음으로 구상했던 것은 휴대용 IBM 호환PC였다. 지금의 노트북 PC의 개념이다.
컴팩의 창업자인 로드 캐니언과 동료들은 휴스턴에서 열리는 PC전시회에 참가했다. IBM PC를 면밀히 검토해 보던 그들은 전시회장 근처의 식당을 찾았다. 머리 속을 가득 메운 아이디어를 주체할 수 없었던 그들은 식당에 깔려있는 냅킨에 그들의 생각을 옮겨 놓았다. 그들이 식당 한구석에서 냅킨에 휴대용 PC를 스케치하던 일은 PC 시장에 전해 내려오는 유명한 일화로 컴팩은 나중에 이것을 기업 광고에 활용하기도 했다.
자바 커피숍과 냅킨에 그려낸 사업계획 사례는 비단 성공한 기업들에 구색맞추기로 전해 오는 일화만은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이 어떻게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발전시키고 그것을 실현시키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실리콘밸리의 어디에서나 자유로운 토론이 오고 간다. 빈번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을 소개하고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눈다. 아이디어를 살찌워가는 과정 자체가 끊임없는 대화와 깊은 생각이다. 그리고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지체할 것 없이 그 자리에서 메모하고 정리한다. 식당이건 커피숍이건 냅킨이건, 수첩이건 상관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의 식당마다 냅킨 이외에 A4 용지 크기의 테이블매트가 있는 이유를 그 곳의 한 컨설턴트는 『누구나 함께 밥을 먹으면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메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농담을 넘어서 실리콘 밸리의 문화를 느끼게 해주는 해석이다.<이지선 드림 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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