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마다 “일단 따놓고 보자” 구태 되풀이정부가 나라살림을 위해 책정한 예산 중 사용하지 않은 「불용액」의 과다 발생 현상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어, 불필요한 사업은 처음부터 배제하는 체계적 예산편성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경제부와 감사원 등이 국회에 제출한 예산결산 자료에 따르면 97년 일반회계 예산현액 67조7,967억원 중 불용액은 96년 불용액 3,071억원의 7배가 넘는 2조2,523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불용액 급증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재경부가 예산절감을 위해 예비비 지출을 억제한데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정부 각 부처가 불요불급한 사업비를 과다 계상하거나 「일단 따 놓고 보자」는 식의 예산편성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국회 국방위 이동복(李東馥·자민련) 의원이 국방부 결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방부의 불용액은 4,330억원으로 외무부 연간 예산 4,700억원과 맞먹는다. 더욱이 미래 국방전력을 결정하는 방위력 개선사업 중에서 포병전력 부문과 항공기 부문에서만 모두 721억원이 사용되지 않았고, 타 분야에 쓰인 이·전용액은 2,730억원에 달했다. 이의원은 『국가예산이 제때 지출되지 않음으로써 사업 재추진시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예산낭비가 우려된다』며 『복수회계연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자위의 박광태(朴光泰·국민회의) 의원은 『정부가 부산 국제종합전시장 건립을 위해 94년부터 매년 100억원을 예산으로 책정했지만 국고에 반납하지도 않은채 갖고있다가 97년에는 다시 100억원을 불용 처리했다』며 『전형적인 주먹구구식 예산편성』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자치부의 경우 주민카드제 시행 보류로 인해 경찰용 주민카드 열람기 구입비 56억원 등 모두 63억9,100만원이 사용되지 않는 등 당국의 성급한 정책판단도 불용액 과다 발생의 한 요인이 됐다. 국회 예산법제실은 『예산은 국회 승인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불용 규모가 지나칠 경우, 정부의 행정지침이 국회의 예산심의·확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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