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문화의 날」을 맞아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새 문화정책」의 근간은 21세기를 대비한 문화 인프라의 구축이다. 문화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여 새로운 문화 르네상스를 이룩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현재 정부예산의 0.6%인 문화예산을 2001년까지 1%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세계적 정보화 흐름 속에 국가간 문화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나, 지금까지 우리의 문화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실했던 만큼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정부는 또한 20일 일본영화와 출판만화, 만화잡지 등의 즉시 개방을 골자로 하는 「일본 대중문화의 단계적 개방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우리의 문화적 환경이 본격적으로 경쟁상태에 돌입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새 문화정책」은 우리가 이런 상황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문화의 이미지와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시의적절하다.
정부가 문화 인프라 구축에 특히 중점을 둘 분야는 게임·애니메이션·음반·영화산업·방송영상산업이다. 새 문화정책의 재원확보를 위해서는 문화부문 예산을 1% 확보하는 것 외에 2002년까지 문예진흥기금 4,500억원, 2003년까지 문화산업진흥기금 5,000억원을 각각 조성할 방침이다. 세수감소로 인한 적자예산 속에 이런 목표가 제대로 달성될지 걱정이긴 하나, 21세기에서 문화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협조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재원확보와 그 후의 운용과정에서 과거 문예진흥원 직원의 거액 퇴직금 문제처럼 불공정하고 의혹을 사는 행위가 없는지 감시할 필요도 있다.
정부는 2002년까지 114억원을 투자, 올림픽공원을 일부 개조해 1만석 규모의 대중공연장을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이처럼 정부가 문화의 산업적·전시적 측면을 강조하다 보면 대중문화는 장려되는 반면 순수문화에 대한 지원육성이 소홀해지기 쉽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IMF 경제난에 들어선 이래 우리 문학과 클래식음악, 미술, 무용 등 순수문화는 거의 빈사상태에 있다. 그러나 순수문화의 발전 없이는 대중문화도 활성화하지 못한다. 한 예로 훌륭한 문학작품은 출판계에 활력을 주고 영화·뮤지컬로도 만들어지며 만화·애니메이션화할 수도 있다.
정부는 지금 전국의 437개 공공도서관을 2003년에는 550개로, 239개의 박물관·미술관은 350개로 확충하고, 기능전환되는 읍·면·동사무소 건물을 이용해서 2002년까지 500개소의 「문화의 집」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민이 문화적 삶의 향상을 실감케 하는 일은 매우 바람직하나, 여기서도 문화의 질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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