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초 스웨덴 부실채권 ‘해결사’/“과외받더라도 구조조정 비용줄여야…”/국내 스페셜리스트없어 한시 고용/처음엔 일당 585만원 요구,포기할뻔「하루 325만원」
금융기관 부실채권 정리의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성업공사가 지불해야 하는 고액 과외비이다. 이처럼 엄청난 돈을 받고 과외에 나설 「선생」은 스웨덴의 부실채권 정리 전문가 아니 버그렌씨.
20일 금융감독위원회와 성업공사에 따르면 성업공사는 버그렌씨를 특별고문으로 채용할 방침이다. 버그렌씨는 90년대초 스웨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과정을 총 지휘했던 인물로 이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해결사」로 통한다. 세계은행(IBRD) 소속 특별 컨설턴트이면서 동시에 부실채권 정리 노하우를 살려 「유스티콘 AB」라는 컨설팅회사 대표를 겸하고 있다. 지금은 IBRD 컨설턴트 자격으로 국내에 들어와 금감위 구조조정 기획단에서 기업 구조조정 전반에 대한 자문역할을 맡고 있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실채권을 매입, 가치를 높여 되파는 「배드 뱅크(Bad Bank)」체제로 갖춘 성업공사는 최근 조직과 인원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부실채권 정리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전무하다시피 해 고액과외를 받기로 한 것이다. 92년 노르드방크와 고타방크 등 2개 부실은행을 국유화하고 배드뱅크를 설립, 부실채권을 정리했던 스웨덴의 사례는 구조조정의 모범으로 꼽힌다. 또 국내 구조조정도 스웨덴과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기 때문에 금감위와 성업공사측는 일찌감치 버그렌씨를 스승으로 점찍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돈. 버그렌씨는 「국제수준에 맞게」 무려 4,500달러(약 585만원)의 일당을 제시했다. 어마어마한 액수때문에 성업공사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고 다른 전문가들을 모색했지만 역시 버그렌씨만한 사람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성업공사는 이후 IBRD측에 「어려운 사정」을 호소, 버그렌씨 채용자금으로 특별히 20만달러를 무상지원 받는데 성공했다. 이 금액 이상은 능력밖이라는 점을 내세워 깎고 깎은 끝에 결국 일당 2,500달러(325만원)에 채용이 성사되기에 이른 것이다. 국내 임금으로는 엄청난 비용이지만 IBRD로부터 컨설턴트 채용을 조건으로 무상지원받은 돈이므로 성업공사로서는 제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문헌상(文憲相) 성업공사 사장은 『부실채권 정리에 대한 선진국의 경험을 전수하고 직원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IBRD의 지원액 한도내에서 버그렌씨를 한시적으로 고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채용기한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임금과 자금을 감안하면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대략 4개월정도가 될 전망이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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