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한발 빼자 현대 ‘뜻밖 뒤집기’/삼성 내부사정에 ‘정치권 압력’ 겹쳐/현대 車선두 명분·2세분할 실리노려「삼성이 왜 갑자기 빠졌나」 「현대는 또 무엇때문에 나섰나」
기아 아시아자동차 3차 입찰에서 삼성이 탈락하고 현대가 낙찰자로 결정되자 재계의 관심은 기아차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보다는 삼성의 탈락배경에 더 쏠렸다. 기아차가 입찰에 들어가기전부터 각계의 반발에도 불구,『기아를 인수해야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며 살기위한 작전인듯 기아인수를 추진해온 삼성이다. 반면 현대는 1차입찰에 주당가격을 1원에 써넣는 등 기아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정작 분위기가 무르익은 3차입찰에서는 씨름판에서 뒤집기하듯 기아를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왜 삼성과 현대의 입장이 이처럼 갑자기 바뀌었을까.
삼성측은 이와 관련, 『기아의 부채규모와 앞으로 쏟아부을 돈을 따져보니 도저히 계산이 안나왔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또 『당초 계획대로 2002년 고급승용차 50만대를 생산하는 자동차사를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일본의 닛산과의 제휴를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생산규모는 중소규모이나 생산차만큼은 고급을 지향하는 자동차사로 「홀로서기」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으로는 1,2차입찰에서 그토록 적극적이던 삼성이 왜 2선으로 후퇴했는가에 대해 충분하지 못하다. 재계는 따라서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대결단에는 말 못할 이유가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재계는 그 배경으로 「정치권 압력설」을 들었다.
여기에는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벌구조조정의 목적이 재벌체제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수술이고 이를 위한 첫 대상이 삼성이라는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삼성중에서도 자동차부분을 정리하지 않고는 재벌들의 방만한 투자를 제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삼성의 내부사정과 외부환경 변화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최근들어 부쩍「삼성 이회장이 기아인수를 포기했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갑자기 현대가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현대는 그동안 대우보다도 뒤에 처져 방관하는듯한 태도를 보였었다. 그러나 3차 입찰에서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부채탕감규모에 적극성을 보인 것은 현대측의 명분과 실리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자동차사의 맹주자리를 위협받지 않겠다는 대외적인 명분과 2세간 재산분할까지 염두에 둔 대내적 요인의 복합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어떤 배경에서든 이번 기아자동차의 현대낙찰로 국내 최대 그룹 현대와 삼성의 앞날에는 예상하기 힘든 변화가 이어질 전망이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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