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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런 ‘기아’ 처리(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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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런 ‘기아’ 처리(社說)

입력
1998.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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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아시아자동차의 국제 공개경쟁 3차입찰에서 현대자동차가 마침내 낙찰자로 확정됐다. 외환위기라는 오늘의 국난을 불러온 단초로 지목되고 있는 기아문제는 향후 국내 자동차산업의 판도를 가름할 중요한 과제인데도 과거 정부의 책임회피로 오래 방치돼 왔고, 새정부 들어서도 처리방향을 둘러싼 갖가지 논란과 두차례 유찰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년3개월여가 지난 이제서야 인수예정자 선정을 겨우 마무리한 것이다.그러나 낙찰 발표가 있자마자 또 다시 기아처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많은 국민들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이번 입찰 결과와는 상관없이 심사기준 미달로 이미 탈락했던 미국의 포드자동차에 정부와 채권은행단이 수의계약을 통해 기아를 인수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의미도 없는 입찰절차를 거치며 시간을 끌고, 부채탕감 규모를 키워 국민부담만 가중시켰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것 역시 정해진 각본이고, 정부는 그동안 의도적인 연극을 해왔단 말인가.

기아 해법의 대원칙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대외경쟁력과 생존력을 살리는 것이 최우선이고, 그다음이 채권은행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매각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더욱 중요한 것은 처리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철저히 보장되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왕 입찰에 부치기로 했다면 국내 참여업체간의 차별은 말할 것도 없고 외국업체 역시 배척도, 우대하는 역차별도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기아를 회생시킬 수 있는 능력과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볼때 포드와 현대중 어느쪽이 인수하는게 유리한지 속단하는 것은 무리다. 채권은행단이 선호한다는 포드쪽이 막강한 자금력과 함께 외자유치나 선진기술 도입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국내 자동차산업은 내수나 수출시장에서 타격이 예상되고 그만큼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날 낙찰결과대로 현대가 기아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기아를 정밀실사한후 현대가 인수의사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하고, 채권단도 낙찰자의 부채탕감 요구를 비롯한 정리계획안에 동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대의 진짜 속셈이 기아인수를 통한 「규모의 경제」인지, 항간의 소문처럼 삼성 견제와 빅딜 흥정용인지도 분명치 않다. 채권단의 입장도 아직은 공식화된게 아니다. 그러나 기아처리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게 우리의 입장이다. 기아를 포드에 주는 대가로 재벌 빅딜이 흥정거리가 된다면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를 누가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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