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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葬/시설·제도 개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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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葬/시설·제도 개선부터

입력
1998.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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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문화는 서서히 싹트는데 각종 법률규제에 묶이고/화장시설=혐오시설 정서가 시설확충 걸림돌로 작용사회지도층을 중심으로 화장(火葬)문화가 서서히 싹트고 있다. 그러나 화장문화의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제도와 하드웨어격인 화장시설은 모두 걸음마 단계에도 못미치고 있다. 화장장을 극단적인 혐오시설로 분류한 각종 법률적 규제와 열악한 화장시설은 화장문화 정착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우선 화장시설은 건축법 도시계획법 등 각종 법률적 규제에 묶여 시가지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홍콩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대도시 빌딩에 화장로와 장례식장을 설치, 마치 보일러를 때듯이 화장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화장시설을 생활권에서 철저하게 격리시키고 있다. 「화장시설=혐오시설」이라는 의식이 국민정서나 법체계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상을 끔직이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조상을 끔직이 격리시키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국민의식에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이처럼 화장시설 건립을 규제하는 법 체계는 화장시설의 절대부족 현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화장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는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화장시설의 확충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인구 2,000만명이 사는 서울·수도권에는 4개 화장장, 33개의 화장로가 있다. 1일 적정화장능력이 30구에 불과한 벽제 화장장은 최근들어 하루에 50구씩 화장하고, 성남 역시 적정능력(12구)를 넘어 15,16구씩 화장하고 있다. 서울시측은 『현재 벽제화장장 규모의 화장장이 1개 더 건립돼야 하며 2002년 3개, 2010년 5개로 늘어나야 한다』며 『화장시설을 혐오하는 법적·국민적 정서가 시설확충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지역 전체 20개 시·군에 설치된 화장장은 마산시립화장장을 비롯, 진주·진해·통영·사천·밀양시와 고성군 등 7개며 화장로는 27기에 불과하다. 진해·밀양·사천시는 납골당 조차 없어 유족들이 화장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

화장시설은 숫적으로도 부족하지만 질적으로도 아주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전국 화장장 가운데 쓸만한 시설은 서울과 부산 등 2곳뿐. 나머지 지방자치단체의 화장장은 한결같이 소규모 노후건물에다 대형 승용차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진입로, 지저분한 화장로, 전무한 부대시설로 엄숙한 장례를 치르기에는 턱없이 부적합한 실정이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의 관리소홀, 정부의 비효율적인 예산집행 등이 맞물려 화장장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화장장에 한번 가보면 화장할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고, 화장을 혐오하게 되는게 현실이다.

경남지역 7개 화장장의 경우 화장장과 부대시설을 합친 대지면적이 모두 800평 미만. 하루 화장능력이 30구로 가장 큰 마산시립화장장은 주차장이 매우 비좁아 아예 장의차외에는 화장장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화장로앞에 설치된 장례식장은 영정앞에 2∼3명만이 겨우 들어설 수 있을 정도로 좁고 유족대기실도 10여평에 불과해 대부분의 유족들과 조문객들은 점심 도시락을 땅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해결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화장장 개선을 위한 예산은 지난해와 올해 단 한푼도 책정되지 않았다.

70년 건립된 진주시립화장장도 구형 화장로가 교체되지 않고 있으며 휴게실등 부대시설을 포함한 화장장 전체 건물면적도 65평에 불과하다. 80년 건립된 밀양시립화장장은 유족대기실 없이 10여명 수용규모의 장례식장만 있고 주차장도 승용차 10여대가 겨우 주차할 수 있어 장의차외에는 주차가 불가능하다. 67년 건설된 충주화장장(4기)은 화장장 41평, 분향소 4평, 사무실 3평 규모. 유족 대기실도 10여평 남짓, 비좁기 그지없다. 특히 화장장 진입로가 승용차가 교행하기도 어려운 폭 5m정도로 좁아 외지인들이 이용을 꺼리고 있을 정도이다. 이로인해 연간 최대 3,000건까지 화장할 수 있는데도 불구, 지난 한해 화장건수가 1,094건에 그쳤고 올해도 9월말 현재 775건에 그치고 있다. 이에따라 충주시는 내년까지 1.4㎞에 이르는 진입로를 확포장키로 했으나 긴축재정 편성에 따라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계획에 차질을 빚고있다. 게다가 충주시는 화장장의 적자폭을 줄이고 편의시설을 확충하기위해 내년부터 사용료를 대폭(44.9∼63%) 인상할 계획이어서 이용객의 부담만 커질 전망이다.

10여년전부터 화장장을 건립하려했으나 번번이 해당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온 청주시는 시립 공원묘지 목련공원안에 29억원을 들여 내년말까지 화장장(5기)을 건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청주시청 강사옥 가정복지계장은 『가정복지과 전 직원이 나서 현지 주민들을 설득할 계획이지만 벌써부터 집단 반발조짐이 보여 일이 제대로 추진될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화장시설 개선을 촉진하려면 무엇보다도 국민의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막상 법률이 개정돼도 지역주민이 화장시설 건립을 반대할 경우 법개정은 아무런 실효성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법률정신 시민의식 공무원정신이 개선되지 않고는 화장문화가 뿌리내리기 힘들다』고 강조했다.<남대희·한덕동·이동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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