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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재뿌리는 ‘풀뿌리 行政’(국정차질 무엇이 문제인가: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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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재뿌리는 ‘풀뿌리 行政’(국정차질 무엇이 문제인가:4·끝)

입력
1998.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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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미적미적… 정실人事 남발/‘철새’ 단체장들 실업·경제대책 뒷짐최근 지방정부에서 단행하고 있는 구조조정과 개혁현장에는 엄살과 구호만 요란할 뿐 정작 공무원들은 납작 엎드려 있다. 경제위기는 아랑곳 없다는 듯 일부 단체장들은 여전히 불요불급한 선심·전시성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인사권을 장악한 단체장에게 잘 보이려는 공무원들의 줄서기가 기승을 부리고, 단체장은 파벌과 정실인사로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부패와 비리는 끝없이 이어져 단체장이 구속돼 행정이 마비되다시피한 곳도 있다. 세계화 지방화시대에 지방이 살아야 나라도 부강해질 수 있는데도 지방정부가 국정과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재정파탄은 경기침체에 따른 지방세수감소와 중앙정부의 예산지원 축소탓도 있지만 단체장들이 방만한 경영으로 예산을 낭비하는데 기인한 바도 크다.

지방정부는 최근 일제히 조직개편을 단행, 2000년까지 정원의 10%를 감축키로 했다. 그러나 정년과 명예퇴직 등 자연감원과 비리에 연루돼 옷을 벗는 경우를 제외하면 실제 강제퇴출되는 공무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일하는 체만 하면 당장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는 생각이 공무원 사회에 팽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도는 아예 퇴출대상자 대기발령을 1년간 유예하고 내년말에나 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경기도는 『직원의 사기를 고려해 미리 퇴출자를 선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속내에는 이럭저럭 견디다 경제에 숨통이 트이면 구조조정은 없었던 일이 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다.

민선단체장은 정치적 보호막과 재선을 위해 선거와 사정을 전후해 철새처럼 대이동하고 있다.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실업대책과 지역경제 살리기에 밤낮을 뛰어도 모자라는 판에 단체장들이 자신의 입지만을 생각하고 있어 경제난국을 헤쳐나가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6·4지방선거를 전후해 여당으로 옮겨간 단체장들의 한결같은 탈당변은 「야당출신 단체장으로서의 한계와 지역개발사업을 보다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들은 정작 지구당과의 마찰로 지역현안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 신창현(申昌賢) 전 의왕시장은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는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취지를 퇴색시키고 단체장들이 유리한 쪽으로 옮겨가게 만든 「정당선택제」로 변질됐다』며 『지역개발사업의 추진과 당적과는 무관하다』고 단언했다.

자치단체 뿐 아니라 집행부를 감시·견제해야 할 지방의회도 제역할을 다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의원수는 감소했는데도 사무실을 줄이지 않아 예산낭비를 초래하는가 하면 주민고통은 외면하고 실속없는 외유를 추진하기도 한다.

경기도의회 경제투자위원회는 도가 미국과 일본에 설치한 해외상설판매장과 전시관의 운영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 행정사무감사를 벌일 계획이다.

지방자치가 중병에 걸려 있는 양상이다. 병을 완치하려는 구성원 개개인의 자각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정정화 기자>

◎지방행정 파행 실태/과장급 80% 한꺼번에 인사조치/경쟁자 지원 부시장 업무정지/단체장 비리구속 행정마비/빚더미 불구 신청사 공사 강행

지방행정조직이 활력을 잃고 국가위기상황에서도 겉돌고 있는 것은 파행적인 인사와 자의적인 행정으로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줄서기

6·4지방선거당시 광역단체장의 선거참모로 활동했던 K씨는 『도청 고위공무원가운데 밤에 후보에게 보고하기 위한 업무자료를 들고 오는 「야간조」가 부지기수였다』며 『이런 공무원들은 당선가능성이 있는 어떤 후보에게라도 줄을 설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선거후 살생부가 나돌고 민선단체장의 인사전횡으로 지방공무원들이 단체장의 사병(私兵)으로 전락할 우려가 많다는 지적이 많다. 충북 청주시 나기정(羅基正) 시장은 부시장이 선거당시 전시장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업무정지결정을 내려 파문이 일기도 했다.

서울 J구는 9월 말 단행된 인사에서 과장급(5급)을 한꺼번에 80%나 갈아치웠다. 현 구청장은 선거에서 당시 구청장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당선된 터라 주요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기위해 대규모 인사를 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는 승진 1순위인 총무과장을 퇴출대상에 포함, 인력 풀(POOL)로 밀어낸 것에서도 드러난다.

J구 외에도 K구, D구 등 여러 구가 총무 기획예산 감사과장 등 과장급 「빅3」를 갈아치웠다. 원래 총무과장은 총무 인사 자치행정 등 3개과 업무를 담당하는 막강한 자리로 「국장급 과장」으로 불려왔다.

■행정마비

민선단체장이 등장한 95년 7월이후 지난 8월말까지 전국에서 30명의 기초단체장이 각종 비리로 기소되고 이중 일부는 구속돼 단체장이 옥중에서 결재를 하는 곳도 있다.

경기 용인시는 윤병희(尹秉熙) 시장이 아파트 인허가 청탁과 관련, 7월 구속된뒤 총무과장이 매주 수요일 결재서류를 들고 서울구치소로 찾아간다. 특별면회를 통해 시장이 「옥중결재」를 하느라 용인시는 실업대책등 산적한 현안사업 해결은 커녕 조직개편이후 아직도 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한일합섬 소유 12만여평의 공장부지를 주거 및 상업용지지역으로 용도변경해 주고 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인규(金麟圭) 시장이 구속된 경남 마산시도 내년도 업무계획수립과 예산편성등이 지연되는등 심각한 업무공백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역시 옥중결재로 시정을 꾸려가지만 김시장이 민선1기부터 공약사업으로 추진해 온 570만평규모의 창포산업단지조성 사업등 15대 대형프로젝트 추진이 중단됐다.

■예산낭비와 선심·전시행정

엄청난 부채와 열악한 재정자립도에도 불구하고 당장 시급하지도 않는 신청사를 건립하거나 회의실마련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사례도 적지않다. 대전 서구청은 복수동 호남선 복개공사(사업비 100억원)와 남선공원 빙상장건립(사업비 180억원)등 이미 착공한 사업도 예산난으로 사업추진이 불투명한데도 올 8월 각각 495억원과 138억원이 들어가는 신청사와 다목적체육관을 건립키로 했다. 광주시도 총공사비 1,600억원규모의 신청사를 이달중 착공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외자유치를 이유로 도를 방문하는 외국투자자를 위한 별도의 회의실이 필요하다며 청사안에 50∼80평규모의 회의실이 4개나 있는데도 최근 1억2,000만원을 들여 새 회의실을 마련했다.<정정화·이동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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