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성 단기자금인 헤지펀드가 지금 세계를 휩쓸며 일으키는 폐해는 「금융엘니뇨」라는 말을 방불케할 만큼 규모가 크고 예측불가이다. 작년 동남아 금융위기를 가속화시켰고, 올해 러시아사태로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 끝내는 미국은행가를 곤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러시아투자 실패로 몰락위기에 몰린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를 구하기 위해 미국중앙은행은 35억달러의 컨소시엄 구제금융을 해야하는 어색한 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고, 뱅크아메리카가 헤지펀드에 빌려준 돈때문에 골탕을 먹고 있다.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가 최근 지적했듯이 미국을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가 「헤지펀드의 파괴력과 위험성」을 실감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아시아 경제회의 참가국들이 세계선진7개국(G7)을 향해 헤지펀드의 단기투기자금 이동을 규제하라고 요구한 것은 설득력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헤지펀드의 온상을 제공했던 미국이 규제에 앞장서야 할 의무가 있다.
헤지펀드는 60년대에 등장했지만 그 성장과 파괴력은 지난 10년간에 이루어졌다. 즉 파생금융이라는 영양분과 시장개방이라는 영토확장을 통해 헤지펀드는 금융태풍으로 돌변했다. 헤지펀드의 문제점은 비밀성과 위험성이다. 헤지펀드는 법률상으로 「없는 존재」다. 발상자체가 기존의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사거래형식을 취하며, 미국의 부자들이 파트너형식으로 투자하고 운영도 비밀이다. 구제금융으로 베일이 벗겨진 LTCM의 경우 파트너 1인당 투자액은 1,000만달러이고,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2명이 동업자로 컴퓨터모델링을 통해 투자했을 정도다.
미국의 조사기관에 따르면 헤지펀드는 전세계에 4,500개이며 총투자자산이 3,000억달러로 추계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산을 기초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몇배에 해당하는 대부를 받아 파생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시장교란의 위력은 가공할 만하다. 더욱이 헤지펀드 규모가 매년 15%씩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헤지펀드의 규제에는 두가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첫째는 헤지펀드가 막강한 로비력을 발휘하여 미국 의회내 규제 움직임을 막는 것이고, 둘째는 미국이 규제를 가한다고 해도 면세혜택등 피난처를 찾아 본부를 옮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헤지펀드의 규제는 미국의 선도적 역할과 함께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헤지펀드의 규제 없이 금융 평화를 이루기는 힘들다. 금융개방을 통한 외국자본 유입을 정책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헤지펀드의 부작용에 더욱 민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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