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명분 불구 편파·표적 시비 휩쓸리고 의원영입 맞물려 政爭전락/‘野 무작정 저항’ 난관뚫고 검찰 신뢰회복이 급선무「국민의 정부」는 집권 6개월만에 외환위기를 어느 정도 수습하자 「정치개혁」의 명분을 걸고 정치인 사정(司正)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사정작업은 대상자인 정치권, 특히 야당의 강한 저항에 부딪쳐 깔끔한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환기 검찰의 개혁의지를 지적하기도 한다.
사정 주체인 검찰도 매끄럽지 못한 사법처리로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결국 사정은 그 취지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쟁거리로 전락, 본래의 목적이 크게 퇴색하고 말았다.
사정은 말 그대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작업이다. 비리가 있으면 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에는 성역도 예외도 있을 수 없다. 이것이 원칙이다. 현정부의 사정은 이같은 당연한 원칙위에 정치개혁이라는 마스터플랜을 얹어 진행됐다. 「정치개혁 없이는 경제발전도 없다」는 대명제 아래 사정은 명분을 얻었다. 경제가 어려운데도 사정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이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번 사정대상에 과거의 낡은 정치관행이 몸에 밴 거물급 정치인이 상당수 포함된 것은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물론 사정대상 정치인만 검고, 나머지 정치인은 모두 희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정의 한계는 엄연히 존재한다. 이같은 한계는 증거를 통해 처벌할 수밖에 없는 검찰수사의 한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인의 사법처리가 본격화하면서 사정작업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편파·표적사정 시비를 벗어나지 못했다. 수사기술적인 한계와 상관없이 검찰의 대상인물 선정과 사법처리에 정치적 의도가 포함됐다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 사정이 여권의 야당의원 빼내기와 비슷한 시기에 이뤄져 그 순수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실제로 사정대상에 오른 정치인 19명중 여당은 3명밖에 없다.
이에 대해 검찰의 주장은 다르다. 검찰은 증거에 따라 수사를 할 수밖에 없으며, 과거 정권을 담당했던 쪽에 사정대상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사정 시점에 대해서도 야당의 조직적 방해로 수사가 지연된 것일 뿐이라고 정치적 의도를 부인한다.
실제로 정치권, 특히 야당의 대응은 구태의연했다. 검찰은 99억여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이신행(李信行) 의원을 5월부터 소환하려 했으나 한나라당이 이른바 「방패국회」를 잇따라 소집하는 바람에 번번이 실패했다. 이후에도 사정대상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혐의사실을 부인하며 여소야대 국회를 방패삼아 검찰소환에 불응, 검찰을 곤혹스럽게 했다. 야당이 「편파사정」을 빌미로 지역감정을 부추긴 것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도 구태를 벗지 못했다는 비판만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정활동에 대한 신뢰성은 검찰 스스로 중립적인 검찰권 행사를 통해 얻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표적사정 시비도 결국 검찰이 「산 권력」에는 약하고 「죽은 권력」에는 강하다는 일반의 인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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