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축대전은 젊은 건축학도들의 작업방향을 엿볼 수 있는 의미있는 행사다. 올해 대상과 우수상은 건축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대상을 받은 이승훈(27)씨의 작품은 대학 캠퍼스의 담을 헐고 건물벽을 유리로 만들어 도시경관과 건물 내부가 교감을 이루도록 했다. 한서영(27)씨의 우수상 수상작은 도심 공원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서울 종묘 앞에 투명벽을 설치하고 있다.■건축에서는 프라이버시와 커뮤니티라는 상반된 성격의 용어가 자주 사용된다. 다른 사람들을 피하여 가족이나 자신만의 아늑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것이 프라이버시 추구다. 반면 건물 내부에서 외부의 타인이나 자연과 교감을 할 수 있는 것이 커뮤니티 추구다. 이번 건축대전은 젊은이들이 보다 커뮤니티 추구가 강조되는 건축, 열린 건축에 눈을 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서울시는 내년부터 4년간 100개 공공기관의 담을 헐고 그 자리에 나무울타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구청이나 학교, 경찰서 등의 담을 헐고 나무를 심어서 시민의 휴식과 만남의 공간이 되게 할 것이라고 한다. 콘크리트 담과 엄숙한 분위기의 건물이 풍기던 권위주의 색채를 씻어내고, 주민과 대화하고 호흡하는 건축문화로 바꿔가려는 노력이 반갑다. 서구의 주택은 흔히 낮은 나무울타리가 둘러져 있거나, 집 주변이 잔디와 나무가 자라는 정원으로 가꿔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유독 담이 많다. 도시의 주택가에서 눈에 보이는 것은 콘크리트 담과 길바닥 뿐이다. 또 황량한 담 위에는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박혀 있고, 다시 그 위로 녹슨 철조망이 불신과 적의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흉측한 담은 교도소에나 필요할 것이다. 공공기관 뿐 아니라 가정집도 이제는 콘크리트 담을 헐었으면 한다. 대신 외부인과 동물의 출입을 제한하는 상징으로서 나무 울타리나 낮은 철망 정도만 설치하면 좋을 듯하다. 젊은 건축학도들의 작업에서 변화와 희망을 읽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