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금리 정부정책 못믿겠다”/“구매서로 무역금융” 발표믿고 은행가면 “우린 계획없다” 면박/은행 “우대금리 인하” 자랑은 요란하나 실제론 17∼20%선정부의 경제정책가운데 기업인들을 가장 실망시키는 내용은 수출촉진정책과 대출금리인하정책이다.
■수출촉진
수출업체 관계자들은 수출에 관한한 정부정책을 철저히 불신하고 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부산지역 수출업체인 A기업 K사장은 7월말 한국은행이 『수출중기는 구매승인서만으로 무역금융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을때 뛸듯이 기뻤다. 중소업체인 A기업의 경우 신용장으로 수출용 원자재를 구입하지 못해, 현금결제를 해왔는데 구매승인서만으로 무역금융을 받을 수 있다면 월 1,000만원 가량의 이자부담을 덜 수가 있다는 계산때문이었다. 그러나 K사장에게 돌아온 것은 현장의 벽과 이자손실뿐이었다. 주거래은행인 K은행 담당자는 『그런 제도는 실시하지도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시행할 계획이 없다』며 K사장에게 무안을 줬다. K사장의 항의를 받은 한은도 『우리가 내놓은 수출대책이 모두 강제사항인 것은 아니다』라고 물러섰다. A기업과 같은 사례는 수출현장에서 부지기수다. 「수출을 살리겠다」고 내놓은 정부대책이 오히려 수출을 꺾어버리는 괴상한 일들이 수출현장에서는 아직도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대출금리인하
은행권 대출금리인하는 「소걸음」 형국이다. 콜금리가 연 6∼7%대로 떨어지고 회사채수익률까지 한자릿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금융기관들의 대출금리는 여전히 17∼20% 수준이다. 대출금리 인하폭이 1%포인트에도 못미치고 있다.
선발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우대금리가 한자릿수로 낮아졌다고는 하나 우대금리로 대출받는 기업은 없으며 대부분 중소기업과 가계고객들은 최고가산금리를 적용받는다. 중소수출업체사장 J씨는 『IMF이전과 비교하면 대출금리는 2∼3%포인트는 높다』며 『그나마 지난달엔 대출신청을 했더니 은행내부감원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신규대출은 어렵다고 퇴짜를 놨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인하에 미온적인 표면적 이유는 고금리예금과 부실위험탓. 그러나 한국은행 조사결과 고금리예금은 전체 예금의 20%에도 못미친다. 막대한 국민세금을 받아 퇴직인력에게 1년치씩 특별위로금까지 주면서도, 일부 은행은 고금리대출로 월 수백억원의 업무이익을 내면서도 실물경제회생을 위한 대출금리인하에는 마지못해 「시늉」만 하고 있는 것이다.<이성철·조철환 기자>이성철·조철환>
◎외국인들의 시각/‘냄비형’ 정부 ‘배째라’ 재벌
『한국경제에는 아직도 「끓은 냄비」와 「배째라(BJR)」식 관행이 팽배하다』 국내에 진출해 한국의 정·재·금융계 등의 관행에 어느정도 익숙한 외국기업과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한국경제속에 뿌리박혀 있는 이같은 두가지 특성에 대해 한결같이 고개를 내젓는다.
우선 올 초부터 관심을 모았던 5대 재벌간의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이 마치 정부의 주도로 하루 아침에 이뤄질 것같이 들끓다가 6개월도 못돼 그 실체마저 알아볼 수 없는 공론(空論)으로 끝맺자 이를 주시해온 외국인들은 한마디로 정부의 「냄비형 드라이브」와 「용두사미식 성과」사이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빅딜은 곧 빅풀(「Big Fool:우스개거리」)이라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다.
정부와 여론에 떠밀려 무엇인가 획기적인 성과를 일궈낼듯한 재계의 빅딜에 대한 의지도 결국 한국 기업문화에 깊숙이 배어있는 고유의 「배째라(BJR)」형 제스처였다는 사실에 새삼스러워 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다수의 외국인투자자들은 경기활성화 문제 역시 같은 맥락으로 분석한다.
경기위축으로 신용경색을 풀기위해 정부가 내놓은 경기활성화 조치는 실물경제를 살리는 최적의 해법이지만 돈을 풀어도 정작 필요한 중소기업들은 「돈 구경」도 못한 채 다시 5대재벌에 돈이 휩쓸려가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점의 해결이 없는 「끓는 냄비」식 처방은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장학만 기자>장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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