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매달릴땐 언제고…”/자민련 “우리도 참석해야”여야 영수회담의 조건을 둘러싼 신경전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14일 「구걸」을 하지않겠다고 또한번 강기(剛氣)를 드러냈는가 하면 자민련은 자신들도 끼여야한다고 주장해 회담성사의 필요충분조건들을 충족시키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우리는 구걸하면서 영수회담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정도가 아닌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세청 사건의 수사결과 발표 후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사과를 영수회담 선행조건으로 내건 것은 회담을 거부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현 시점에선 사과의사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우리가 무조건 국회에 등원한 만큼 영수회담도 무조건 열려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이총재의 이같은 「선 긋기」는 영수회담이 지연되면 될수록 정국운영의 1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여권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버티기의 성격이 짙다. 또 「총풍(銃風)」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면 거꾸로 여권이 영수회담에 적극성을 보일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국민회의
국민회의는 이회창 총재가 『영수회담을 구걸하지 않겠다』고 말한 데 대해 쓴웃음을 짓고 있다. 『매달릴 때는 언제고, 이제 여권 핵심부에서 다소 여지를 주니까 「언론 플레이」를 통해 체면을 세우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한 고위 당직자는 14일 『이총재가 구태여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이총재에 대해 새삼 실망감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국민회의측은 이총재측이 12일 청와대 오찬회동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한 말을 의도적으로 흘려 영수회담을 기정사실화하려 한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당의 다른 관계자는 『우리로선 영수회담을 하건 안하건 아쉬울 게 없다』면서 『이총재측의 행동은 영수회담 자체의 성사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자민련은 여야 영수회담에 당연히 3당 총재가 함께 참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관련, 박태준(朴泰俊) 총재는 14일 이완구(李完九) 대변인을 통해 『여야간 현안이 타결되면 적절한 시기에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건의할 생각』이라며 『경제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국회의 각종 여야협상이 잘 풀린후에 영수회담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영수회담이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간의 양자회동으로 흐르는 것을 차단하고 3당 구도속의 독자적 색채를 보다 분명히 하겠다는 메시지이다.<유성식·고태성·염영남 기자>유성식·고태성·염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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