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들어 열기퇴조/시인·희곡작가 많았던 탓/올 수상 사라마구 작품 독자들 관심 끌듯/불황 출판계 숨통 기대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라마구(76)가 올해는 침체에 빠진 한국 문학출판에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80년대까지만 해도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우리 문학출판의 큰 몫을 차지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그 열기는 사라졌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민음사 고려원 문학사상사 문학세계사 같은 출판사들이 주제 사라마구가 참석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시회에서 출판계약을 타진하는 등 열기가 일고 있는 것.
한국에서의 노벨상수상작 출판열기 퇴조는 독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93년 토니 모리슨(미국), 94년 오에 겐자부로(일본)를 빼고는 비서구권 작가, 더구나 소설가가 아닌 시인, 희곡작가들이 잇달아 수상한 것도 큰 원인이 됐다. 지난해 수상자 다리오 포는 대표적 사례. 오래 전 그의 희곡집 「안내놔 못내놔」를 출판했던 문학동네는 수상자 발표가 있던 날 밤 부랴부랴 옛 지형을 찾아 급하게 3,000부를 찍었다. 그러나 이 책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00부 정도만 팔렸을 뿐이다.
그러나 사라마구의 작품은 포르투갈의 역사를 다룬 것이 많고, 그 소재가 한국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번역출판 성공의 가능성이 크다. 그의 작품 「바닥에서」와 「돌뗏목」을 번역중인 부산외국어대 김용재(40) 교수는 『사라마구의 문체가 난해하긴 하지만 내용은 보편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송필환(36) 교수도 그의 대표작 「수도원의 기억」을 번역중이다. 송교수는 『사라마구의 「히카르두 헤이스의 사망연도」 같은 작품 등은 포르투갈에 대한 기초적 역사·문화지식만 있으면 우리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 출판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평소에는 눈길도 주지 않다 노벨상 발표가 있고 난 다음에야 서둘러 출판해 소위 「한목 보려는」 출판행태에 대한 비판이다. 사라마구도 90년대 들어 꾸준하게 노벨상 후보로 거론돼 왔으나 정작 그의 작품은 단 한 편도 번역되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문학작품을 단지 팔기 위해 대충 번역하는 행태가 되풀이돼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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