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속 철수는 ‘시대변화 거울’/해방과 함께 어린이 벗이됐던 까까머리 철수와 단짝 영이가 95년 개편으로 사라지기까지 교과서에 나타난 시대상 모아「교과서에 나타난 어린이들」을 통해서 우리는 사회의 발전과 변화상을 엿볼 수 있다. 바람직한 가치관과 인간상을 제시하는 교과서는 지나간 세월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쳐준다.
9월로 창립50주년을 맞은 대한교과서 주식회사(대표 황태랑·黃泰郞)는 「대한교과서사 1948∼1998」(이종국 편)을 발간했다. 우리나라 각급 학교 교과서의 어제와 오늘을 정리한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사진과 글로 되돌아 본 특집 「교과서에 나타난 어린이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형태의 교과서는 「국민소학독본」(1895년). 이로부터 1세기가 지난 현재의 교과서는 내용과 형태면에서 파란만장한 우리 역사만큼이나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해방 이후 교과서에 등장한 철수와 영이는 어린이들의 영원한 벗이다. 반세기 가까이 우리 어린이들은 같은 반 단짝인 철수와 영이를 통해 학교에서의 배움을 시작했다.
까까머리의 철수와 단말머리의 영이가 상고머리와 갈래머리로 바뀐 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발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95년 교과서 개편으로 철수와 영이는 자취를 감췄다. 주체적인 자아발견과 사고력배양을 위해 「나」「너」「우리」로 대체됐다.
개화기 교과서에는 김지학(金志學)과 박정복(朴正福)군이 나온다. 철수와 영이의 선배인 셈이다. 1896년에 편찬된 「신정심상소학(新訂尋常小學) 권1」은 김군을 저축을 잘하는 모범소년, 박군을 남의 것을 탐하면 옳지 않다고 설득하는 정직한 소년으로 묘사했다.
또 난이와 순이가 등장해 「사람은 남녀가 일반인데 어찌 남자만 학문을 공부하고 여자는 학문을 모르리오」라며 남녀평등을 가르치고 있다. (「신정심상소학 권2」)
일제강점기의 등장인물은 일본군대를 연상시키는 「학도」이자 모범 황국신민으로 살아갈 것을 맹세하는 어린이로 바뀐다. 조선총독부 발행 「조선어독본 권1」(1937)이 소그림을 실어 한국인을 「순종하는 반도인」으로 묘사한 것은 일제 식민정책의 상징적 단면이었다.<김철훈 기자>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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