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은행들 자산동결조치 등 국제시장서 고립 불가피/IMF도 지원계획 무기연기러시아 경제는 회생불능의 길로 접어드는가? 러시아 중앙은행은 12일 시중은행에게 외환선물 거래에 대한 지급을 연기하도록 명령했다. 이로써 선물계약 결제일인 15일 러시아 시중은행들이 무더기로 외환선물 계약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이같은 조치가 발표되자 13일 모스크바를 방문, 러시아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자금의 집행문제를 협의키로 했던 국제통화기금(IMF) 대표단의 방문이 취소됐다. 이에 따라 당초 이달중 IMF가 집행하기로 했던 25억달러의 긴급 구제금융 지원자금의 집행은 무기연기됐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발표한 외환선물 계약에 대한 지급연기는 8월 17일 이뤄진 루블화 표시 단기채권에 대한 모라토리엄 선언과 맞먹는 극약처방.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총리 지명이후 한동안 안정을 찾았던 루블화의 가치가 러시아 시중은행들의 달러 수요로 다시 하락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달들어 달러당 13∼14루블선에 거래됐던 루블화는 12일 16루블선까지 떨어졌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를 방치할 경우 선물거래 청산일인 15일에는 달러당 20루블까지 폭락할 것으로 보고 선물거래의 지급을 연기토록 한 것이다. 루블화의 환율이 안정을 찾지 못하면 수출기업들이 달러를 내놓지 않아 루블화가 더욱 폭락할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선물계약 이행의 거부는 외환시장에서의 부도를 의미한다. 현재 러시아 시중은행들이 결제해야 할 외환선물과 스왑 거래의 잔액은 수십억달러로 거래 상대방의 손실은 물론 연쇄부도가 일어날 경우 전세계 외환시장의 혼란마저 우려된다.
또 러시아 시중은행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고립되는 것은 물론 자산동결 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영국법원은 지난달 미국의 투자은행인 레만 브라더스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러시아의 시중은행 요넥심방크(Uneximbank)의 자산을 동결했다.
요넥심방크측은 이에맞서 레만 브라더스의 러시아내 계좌를 폐쇄했다. 서방투자은행과 러시아 시중은행간의 다툼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외환 선물계약의 결제거부 선언 직후 IMF가 러시아 지원계획을 무기연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박정태 기자>박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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