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 이별… 병상… 정호승 등 60여명이 쓴 아픈 사람을 위한 시도서출판 여백이 펴낸 시집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다」는 아픈 사람들을 위한 시집이다. 한국현대시 가운데 실제 병상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고 쓴 시나, 이별의 아픔을 토로한 시, 실연의 아픔을 삼킨 60여명 시인들의 시 78편을 모은 시집이다. 시인 김형영, 문정희, 정호승씨가 선후배 시인들의 허락을 받아 이 시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모으고 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명시들이 거개 들어있다. 시가 바로 아픔을 드러내고 또 위무해주는 언어라는 점이 증명되는 듯하다.
병상에 누운 고희(古稀)의 부인에게 쓴 시 「계피」에서 미당 서정주는 부인이 먹고 싶어하는 계피를 구하러 「온갖 것 다 접어두고/그 계피를 찾어 동래장으로 간다/내 인생에선 이게 제일 좋은 일만 같어/이슬비 내리는 속을/동래장으로 간다」고 했다. 이성복은 「오래 고통받는 사람은 알 것이다/지는 해의 힘없는 햇빛 한 가닥에도/날카로운 풀잎이 땅에 처지는 것을」이라며 고통받는 이와 함께 하는 심정을 보여준다. 선승 경허부터 한용운 윤동주를 거쳐, 안도현 김재진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인들이 보여주는 고통과 그 치유의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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