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사람들이 동북아시아 또는 극동이라고 부르는 중국 한국 일본 몽골 시베리아 지역을 우리도 덩달아 동북아시아 또는 극동이라 불러야 할까. 유럽에서 보면 동쪽의 끝이요 동북아시아겠지만 바로 이 지역에 사는 우리들은 과연 그들이 보는 방향과 지명(地名)을 그대로 따라야 할까. 황인지역이라고 하면 이 지역의 인종적 공통성과 차별성은 확실하나 세계 지명에서 흑인지역 백인지역등 인종적 지명을 쓰지 않으니 보편성이 없다. 유교문화권이라 부르는 것도 몽골 시베리아가 제외되고 현재의 문화적 특성으로 보아 진실에 가깝지 않다.나는 황해·동해지역 약어로 황·동해지역이라고 부른다. 또 그렇게 부르기를 권장한다. 중국 한국 일본 시베리아를 잇는 공통된 지리적 현상은 이 지역이 황해와 동해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이 동해를 굳이 일본해로 고집하는데서 황·동해지역의 문제가 생긴다. 동해는 일본이 1929년 국제수로회의(IHO)에서 일방적으로 일본해로 인정받았다. 그 전까지는 동해 조선해 고려해 일본해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었고 서양사람들 기록을 보아도 일본해라 기록된 지도는 소수에 속한다. 그런 동해를 한국이 일본의 식민상태에 있을 때 일방적으로 국제회의에서 지명의 기득권을 차지해 버린 것이다. 지금 세계의 대세는 지명 분쟁지역은 당사국의 주장을 병기(倂記)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바라기는 미래지향적으로 동해나 일본해보다는 창해(滄海)나 청해(靑海) 또는 평화해같은 중립적인 지명으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유라시아대륙의 동쪽바다라는 큰 뜻의 동해는 그대로 살아있다. 동해도 우리 쪽에서 보면 동쪽바다이나 일본에서 보면 서해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보면 남해가 된다. 기왕 황해가 있으니 창해나 청해같은 바다의 색깔로 표기하면 대칭의 조화도 된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도 제국주의시대 잔재인 기득권을 주장, 일본해를 고집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이런 가벼운 지명문제 특히 주변 중국과 러시아도 일본해에 찬성치 않고 있는 지명 문제는 일본이 양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보았으나 오히려 더 강경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93년 9월 일본의 월간 「360」지에는 세계 발생생물학회 회장을 지낸 일본생물학계의 거두 교토대학 오카다(岡田節人) 교수와 같은 대학의 자와(佐和隆光) 경제학교수가 『생물학으로 일본형 시스템을 본다』는 제목으로 대담을 나누었다. 자와교수가 일본형 시스템이 변해야만 일본이 발전하고 또 변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하여 원로 생물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도 일본이 변해야 한다고 믿고 일본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안 변할 것이다. 생물학에 한 가지 법칙이 있는데 모든 생물은 죽임을 당하지 않는 한 죽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오카다교수 말처럼 일본은 과거 청산과 미래지향 변화를 자생·자발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 단 일본이 죽임을 당하는 힘을 한국을 포함, 일본과 이해관계 당사국이 갖추고 그 힘을 쓸 의지를 보이면 변할 것이다. 오히려 역사의 교훈은 일본이 나라안을 평정하여 통일을 달성했을 때 그 힘의 첫 과시를 한반도 침략으로 행했으며 일본이 약자로 몰려 세계적 수모를 당해도 일본이 죽지 않았다는 약자콤플렉스 과시의 상대가 또한 한국이었다.
오직 힘이 있어야만 한일간에 평화가 온다. 한일간의 문제는 일본이 강하거나 약해서가 아니라 우리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외교나 장사로 한일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 우리의 힘이 있어야 평화가 온다. 선진(先進)과 「선진(善進)」의 힘을 키우는 것, 이것이 우리가 할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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