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10·20대 여성들 질염·생리통·생리불순 등 경험/부끄럽다고 방치하면 생식능력 저하 등 초래산부인과 앞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사춘기여성이나 젊은 미혼여성을 보면 주위 눈치를 보거나 불안해 하는 경우가 많다. 창피해 하는 듯한 표정도 자주 접할 수 있다. 주변의 산모나 중년여성들도 10대나 미혼여성은 산부인과에 와서는 안되는 것처럼 이상하게 생각한다. 병원에 온 이유가 혼전임신등 비도덕적 사유 때문일 것이라는 잘못된 상상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미혼인 젊은 여성들도 기혼여성과 마찬가지로 임신 이외의 다양한 산부인과질환을 경험할 수 있다. 미혼여성의 산부인과적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 「소아·사춘기 부인학」이다. 의료선진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소아·사춘기 부인학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며 전문진료공간도 개설돼 10대 및 미혼여성의 산부인과질환을 자연스럽게 해결해주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젊은 여성들의 산부인과 진료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연구 및 전문진료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다. 최근에야 삼성서울병원이 「사춘기여성클리닉」을 개설, 10대 및 미혼여성 대상의 진료를 시작했다.
기혼여성들은 주로 임신이나 자궁암검사를 위해 산부인과를 방문한다. 하지만 미혼여성들은 연령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소아의 경우 질염이나 외부성기의 선천성기형이 산부인과를 찾는 주된 원인이며, 10대 소녀들은 생리불순 생리통 무월경등을 이유로 내원한다. 결혼을 앞둔 20대 여성들은 생리불순 무월경 생리통 희발월경과 같은 생리관련 질환이 주를 이룬다.
10대 소녀에게 가장 흔한 질환은 생리통. 생리때 자궁안에서 프로스타글랜딘이라는 물질이 많이 분비돼 자궁근육이 심하게 수축되기 때문에 생긴다.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골반염 난소혹과 같은 기질적 원인에 의해 생기는 2차성 생리통과 구분해 1차성 생리통이라고 한다. 10대 소녀들이 학교를 결석하거나 지각 조퇴하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생리 시작과 동시에 프로스타글랜딘 생성억제제를 2∼3일간 복용하면 통증이 줄거나 사라진다. 약물요법으로 90% 이상은 큰 부작용 없이 증상이 호전된다.
물론 일반적인 산부인과질환 뿐아니라 10대들의 성문란에 따른 임신 유산 성병과 성폭력에 의한 피해도 소아·사춘기 부인학의 주요 진료영역이다. 신체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10대 소녀가 원치 않는 성관계에 노출될 경우 정신적 육체적 상처를 입게 되고 성병이나 임신을 경험할 수도 있다. 10대가 임신하면 조산이나 저체중아의 출생빈도가 높아지며 스스로 임신사실을 알지 못해 준비되지 않은 출산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젊은 여성들의 산부인과질환은 미리 진단하고 대처하면 쉽게 해결되지만, 방치하면 결혼 후 생식능력이 떨어지는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젊은 여성이나 부모 모두 쉬쉬하며 발병사실을 감추다 뒤늦게 병원을 찾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10대와 미혼여성의 산부인과 출입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분위기가 하루 빨리 사라지고 전문연구와 진료를 위한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최두석 성균관대 의대교수·삼성서울병원 사춘기여성클리닉>최두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