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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정쟁 8개월 “되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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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정쟁 8개월 “되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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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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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에도 사사건건 충돌/지역감정까지 심화시켜/개혁법안 표류 “네탓” 허송정부가 예산규모, 경제성장률을 정하고 금리를 조정하는데도 국제통화기금(IMF)의 허락을 얻어야하는 게 우리의 처지다. 이런 치욕적인 상황에서 우리 정치는 난국극복에 힘을 모으기 보다는 대선정국의 연장선에서 상대를 무너뜨리는데 더 주력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2월25일부터 야당은 총리임명동의안의 처리를 저지하고 나서 여야관계의 전도를 어둡게 했다. 그 후유증으로 새 정부는 곧바로 조각을 하지 못하고 3월3일에 가서야 내각을 구성했다. 야당은 국회내 다수세력의 힘을 과시했다고 득의만면했으나 큰 틀에서 보면 『정치상황만을 고려하고 국가적 처지를 등한시 했다』는 비난을 초래했다.

여권도 야당의 총리임명동의 저지를 빌미로 강압전략으로 기울었다. 대화나 협상은 실종됐고 여권은 야당의원 영입 등 인위적인 방법으로 국회의석구도의 변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는 야당이 자기생존을 위해 투쟁에 나서게 하는 정쟁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정쟁은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의 지휘 아래 이루어진 각종 북풍사건에서부터 재벌구조개혁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안으로 확대됐다. 외환위기의 책임을 밝히는 환란수사도 여야의 공방속에서 명쾌한 원인규명 없이 강경식(姜慶植) 전 경제부총리 등의 구속으로 어설프게 매듭됐다. 이 과정에서 야당은 환란수사를 「여당의 정국주도권 장악전략」으로 격하시켰고 여당은 「책임자인 구여권세력의 치졸한 면피행각」이라고 비난했다. 환란수사가 정치권의 반성, 국민의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된 게 아니라 또다른 대립을 초래한 것이다.

정치권은 여기서 싸움을 그치지않았다. 5월말 15대 국회 전반기의 임기가 만료됐는데도 한나라당이 여당의 야당의원 영입을 문제삼아 원구성을 지연시켜 두 달 이상이 지난 8월초에야 국회의장이 선출됐다. 한나라당은 『여당의 야당파괴를 막기위해 원구성을 저항수단으로 쓸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고 여당은 『야당이 총리임명동의를 저지하고 개혁을 지연시키는 상황에서 다수세력 확보는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여야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소모적 논쟁에 매몰돼있는 동안 시급한 경제개혁법안들은 표류해야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국세청 불법모금, 총격요청사건 등 중대 현안들이 발생했는데도 여야는 역시 이들 사건을 정쟁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사건 하나 하나가 진실을 철저히 규명, 재발을 방지해야 할 국가적 중대사임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수사결과 발표 이전에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서 의원들은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혐의자들은 자백을 번복, 공권력의 훼손현상까지 나타났다. 지역에 따라 여론이 갈라지는 심각한 지역주의와 가치판단의 왜곡도 두드러졌다. 이처럼 해악이 엄청나고 『지금의 국론분열이 조선조 말을 연상시킨다』는 개탄이 나오는데도 여야는 상대를 탓하며 손을 놓고 있다.<이영성 기자>

◎여/무계획에 마무리 미숙/사정·稅風·銃風… 예고편만 거창 냉소불러/검찰수사도 혼선자초

최근의 정쟁 심화는 사정당국이나 여권 핵심부가 정치권 사정, 국세청 불법모금, 총격요청사건 등을 제대로 처리못한 미숙함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검찰 등 사정당국이 신속한 수사를 하는 것도, 보안을 철저히 하는 것도, 모두가 납득할 결과를 내놓는 것도 아니었다. 수사가 착수되면 죄가 드러나고 처벌이 따라야하나 대부분 사안들이 계속 「진행형」에 머물고 있어 사정 의지마저 의심받는 실정이다.

회기중 「의원 불체포특권」이라는 방패막이 때문에 검찰이 정치권과 관련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이 한 사건을 매듭짓고 다음 사건을 처리하는 「순차적 수사」만이라도 했다면 지금처럼 수사가 혼선을 야기하지도, 정쟁의 대상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국세청사건, 총격요청사건 등 엄청난 현안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터지면서, 국민 공분이 커졌으나 일각에서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냉소적 반응이 제기됐다. 청와대 사정수석을 지낸 K씨는 『예고편을 보고있는데 다른 예고편이 상영되고 더 재미있는 예고편이 상영돼 본영화가 뭔지 모르게 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권의 사정이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전락, 아무도 겁내지않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권 핵심부도 정쟁에 한 몫 거들었다. 청와대는 말로는 검찰에 맡긴다고 해놓고서 국세청사건을 「쿠데타적 사건」이라고 규정했고 국민회의는 총격요청사건을 「국가변란행위」라고 규탄했다. 특히 국민회의는 정당의 정치공세가 불가피한 상황론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공격에 매달려 스스로 여야공방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우를 범했다.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이 정치공방의 틈새를 악용, 국기문란행위를 정쟁의 수준으로 떨어뜨렸다』고 개탄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총격요청사건의 주요 쟁점을 고문조작 여부로 몰아간 게 그 대표적인 예』라며 『우리당이 뒤늦게나마 수사발표를 기다린다는 방침으로 전환, 소모적이고 비본질적인 논쟁에서 벗어나기로 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이영성 기자>

◎야/전술없이 강경론 득세/맹목적 피해의식에 논리보다 감정 앞세워/야당 좌표정립 실패

한나라당은 8개월여 동안 강공일변도의 대여(對與)전략으로 소모적 정쟁을 확대·재생산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야당으로서 무엇을 하겠다는 좌표설정은 하지않은 채, 여권의 공세에 무조건적으로 과민반응을 보이는 「고혈압 증후군」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먼저 과도체제 성격을 띤 조순(趙淳) 총재 등 이전 당지도부는 리더십과 정치력 부재로 정국의 한 축인 야당으로서 제대로 된 정치를 일구는데 실패했다. 그러자 그 틈새를 비집고 『타협은 굴종』이라고 외치는 강경파가 득세, 정국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계파간 당권경쟁은 대여 선명성 경쟁을 부채질했다.

한 중진의원은 『정치는 타협과 투쟁을 절묘하게 조합하는 종합예술인데, 처음부터 온건론은 설 자리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이회창(李會昌)체제가 들어선 후에도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대여관계의 경직성은 더욱 심화했다는 평가가 만만치 않다. 이총재측은 『총재가 선출되는 날부터 목에 칼날을 들이대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투쟁일변도의 노선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조차 이견이 적지않다.

비주류측의 한 인사는 『논리적으로 맞서야 하는데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등 유치한 방식을 고집했다』고 말했다. 집권경험이 있는 야당으로서 초보여당을 상대하는 만큼 「유연한 전술」을 적절히 구사할 여지가 있었는 데도 「고함지르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 당직자는 특히 『국세청 불법모금사건의 경우 정치보복적 성격을 감안한다 해도 의혹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면서 『완곡하게나마 유감을 표명해 꼬리를 자를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당 일각에서는 『여권이 「이회창 죽이기」를 한다는 맹목적 피해의식에 빠져 강공으로 일관하다간 정치를 더욱 실종시키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론에 밀려 지각등원 결정을 내린만큼 정국을 더이상 좌초시켜서는 안된다는 얘기다.<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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