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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개혁 후퇴하나(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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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개혁 후퇴하나(社說)

입력
1998.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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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 높은 개혁의지를 보였던 TV 방송사들이 1년도 되기 전에 다시 후퇴하고 있다. IMF의 첫 한파가 몰아친 지난 1월 방송사들은 방송시간을 줄이고 건강한 프로그램을 내보낼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오늘(12일)부터 개편되는 KBS 가을 프로그램은 1TV의 방송시간을 하루 1시간 연장하고, 드라마 2편을 신설하는등 과거에서 멀어지지 못하고 있다.경제난 극복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공영성에 충실하겠다는 연초의 긴장된 선언은 퇴색하고, 시청률을 겨냥한 드라마 증설로 나아가고 있다. 게다가 KBS는 시청률이 높고 내용이 건전한 프로 「TV는 사랑을 싣고」와 「체험 삶의 현장」을 광고가 없는 1TV에서 2TV로 옮김으로써, 광고를 하기 위한 의도를 드러낸 것 같아 실망스럽다. 새 드라마도 가벼운 코미디물이고, 방영 중인 드라마에서는 선정성과 폭력이 여전히 난무하고 있다.

MBC 역시 인기 멜로드라마 「보고 또 보고」의 겹사돈 성사과정을 지루하게 반복하고 있으며, SBS도 드라마 「백야 3.98」 「승부사」 등에서 지나치게 많은 폭력장면을 방영하고 있다. 또 지난 추석연휴에 방영된 재탕삼탕의 홍콩영화나 연예인을 출연시켜 안이하게 제작한 오락물도 연초에 다진 TV방송의 개혁의지가 희박해지고 있는 하나의 반증이다. 가을 프로개편에서 나타난 KBS의 흐름이 이달 안에 있을 MBC, SBS의 개편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크게 걱정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제난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실업자와 노숙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드라마라도 내용이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꿈이 실려 있다면 많은 계층에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다. TV는 경제난을 프로개혁의 전기로 삼아 대중으로 하여금 마취제 같은 일회적 오락에 탐닉하기 보다 사회경제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KBS는 시청률과 광고를 의식한 소시민적이고 선정적인 드라마와 진부한 비화소개 등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KBS가 「20세기 한국 톱10」 「이곳이 최고, 일류기술의 현장」 등 21세기를 대비하는 교양프로 등을 신설한 것은 다행이지만, 이 프로들이 심야에 방영되기 때문에 의미 또한 반감된다. 이제 KBS도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 등 세계적으로 평가받는 공영방송처럼 평생교육프로나 교양·직업관련 프로에 좀더 많은 비중을 두어 사회를 유익하고 건강하게 이끌 때가 되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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