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그늘 반영… 자금흐름 바뀌어”에/“日 경제도 위기… 일시적 자금도피” 반박이번주 들어 시작된 급격한 엔고를 보는 일본 전문가들의 견해는 대체로 양론으로 갈려 있다. 국제자금 흐름의 변화에 따른 장기적 현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일시적 자금도피」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엔고 대세론
「미스터 엔」으로 유명한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대장성 재무관은 9월초 『엔저 흐름이 수정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꾸준히 떨어져 온 엔화가 8월11일 달러당 147.42엔을 고비로 강세로 반전, 10% 이상 오른 직후의 언급이었다. 도쿄(東京)시장에서 엔화가 달러당 115엔대에 접어든 9일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대장성 장관은 『세계경제 흐름이 바뀌어 헤지펀드 등이 국제수지가 안정된 일본의 엔화로 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흐름 변화」 진단은 미국 경제 전망이 흐려지기 시작한 9월 이래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러시아를 돌아 중남미에까지 밀려 들면서 미국 경제에 그늘을 드리운 것이 배경이다.
신흥시장 투자로 거액을 잃은 미국계 헤지펀드가 손실 보전을 위해 엔고 시대에 매입한 달러를 내다 판 것이 흐름을 바꾸는 직접적인 계기였다. 더욱이 9월말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의 경영위기로 「거품 붕괴에 따른 금융기관 부실」이라는 아시아식 금융불안이 미국에 닥치고 있다는 위기감이 만연했다. 이에 따라 국제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엔화로 몰리고 있다.
■엔고 반짝론
현재의 급격한 엔고가 일시적인 자금피난에 불과하다는 시각은 일본 경제 전망이 여전히 어둡다는 분석에서 비롯한다.
미쓰비시(三菱)신탁은행 자금부 오타 준야(太田順也) 조사역은 『일본 경제 실정으로 보아 엔화 상승력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니버설증권연구소 오노 쓰토무(小野勉) 투자조사부장도 『해외로 빠져나간 일본 자금이 일시적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경제전망이 흐려 자금을 잡아두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시적 피난」 분석의 주된 근거는 일본의 주요 경제지표가 한결같이 어둡다는 것이다. 98년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1.8%로 전망되고 있고 설비투자와 수요의 위축이 전혀 풀릴 기미가 없다. 9일 금융재생 6개 관련법이 마련되고 금융기관 조기건전화법안도 곧 국회를 통과해 금융시스템의 안정 기반이 갖춰지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엔고로 수출기업의 수익이 크게 줄어 들 것이란 관측에서 수출기업을 중심으로한 국제우량주가 폭락하고 있는 도쿄증시 상황도 간과할 수 없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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