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 너무합니다”/“경제난에 태풍 피해 할일많은데…”/자치단체 “업무지장만 준다” 비난국회의 파행운영이 장기화하면서 예년같으면 이미 시작됐을 국정감사가 일정조차 잡히지 않아 지방자치단체들의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더욱이 파행의 장본인인 의원들의 자료요청 건수는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데다, 연감 수준의 현황자료 요구 등 「건수올리기」 양상은 여전해 공무원들의 원성이 높다. 경제난 타개에다 호우 및 태풍 피해복구 등 가뜩이나 할 일이 많은 공무원들은 『의원들이 행정기관의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비난하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6일까지 접수된 자료요청 건수는 총 311건. 지난해 184건보다 무려 70%나 늘었다. 이와 별도로 중앙부처에서 자체국감에 대비해 요청한 것도 100여건이나 된다. 대전시도 지난해보다 137건이 많은 351건, 충남도에는 160건이 늘어난 360건의 자료 요청이 밀려들어 공무원들이 본업무를 제쳐두고 자료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주까지 200여건의 자료요청을 받은 부산시는 관례대로 9월부터 주무부서 직원들이 연일 밤을 새우다시피 준비를 해왔으나, 감사일정이 늦어져 안달하고 있다.
광주시의 경우 7일 현재 274건, 인천시는 이날까지 328건이 접수돼 지난해보다 각각 13건과 7건 늘어난데 그쳤다. 서울시에는 7일까지 지난해의 55%선인 1,373건이 접수됐고, 경기도는 600여건으로 이인제(李仁濟) 전 지사의 중도사퇴문제로 집중포탄을 맞아 800여건에 달했던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낮은 편. 그러나 국감 일정과 상임위원회별 피국감기관이 확정되면 자료 요청은 봇물 터지듯 밀려들어 지난해 수준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의원들의 자료요청이 크게 늘자 8월의 집중호우와 최근의 태풍피해복구 등으로 연일 밤샘근무에 시달려온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제구실도 못하는 국회가 무리하게 자료를 요구, 업무에 지장만 준다』는 비난이 비등하고 있다. 350여건의 자료요청을 받은 경북도는 경주문화엑스포 행사지원에다 태풍피해 복구까지 겹치는 바람에 일손이 크게 달려 감사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자료요청 건수도 지나치게 많지만, 목적이 분명치 않은 연감 수준의 현황자료나 이미 공식발표된 8월 수해 피해상황 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등 질에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게다가 의원들이 요청한 것과 중앙부처에서 자체 국감준비를 위해 요청한 것들중에 중복되는 것이 많아 행정력이 이중으로 낭비되고 있다.
경남도의 경우 7일까지 제출 요구를 받은 270건 가운데 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2002년 월드컵경기장 건립계획 자료가 포함돼 국회의원의 자질마저 의심케하고 있다. 특히 경남도는 19일부터 정부종합감사가 시작되고, 감사원 수시감사까지 예정돼 있어 일상업무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업무의 창의성과 기획력을 높이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정당, 의원별로 건수올리기식 자료요청으로 새로운 기획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엄청난 행정력만 소모하고 있다』며 『국회가 하루빨리 정상화해 더 이상 국민이 피해를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전국 종합>전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