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로 나락에 떨어진 우리 경제의 실상이 그 어디보다 극명히 드러나는 곳은 아마 전국에 산재한 산업단지일 것이다. 과거 기적적 경제발전의 산실역할을 하며 활기와 자신감, 도전정신에 넘쳐있던 산업단지들은 이제 그 힘찬 생명력을 잃어가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전국 공단마다 가동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부도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조성해 놓은 상당수의 공단들은 입주자를 찾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경제의 심장부가 되어야할 산업단지가 이렇게 폐허화하는데는 생산의 근거지요, 삶의 터전인 국토개발에 대한 철학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논리가 아닌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무계획적으로 대처해온 결과, 국토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동안의 개발정책들이 4년마다 한번씩 이루어지는 선거논리, 정치논리에 의해 좌우된 면이 없지 않았으며, 토지이용 측면에서도 재벌들이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을 치면 수도권 규제를 풀었다가 수도권 문제가 심각해지면 다시 규제책을 마련하는등 갈팡질팡해왔다.
지난 89년 공장용지 부족파동을 겪으면서 개발사업에 7년이상이 소요되고 1개 지구에만도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산업단지들이 대불공단이니 군장이니 녹산이니 하면서 저멀리 동해북평까지 동시에 개발을 하였다. 하지만 분양시점에 이른 오늘에 와서 경기침체와 맞물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짐으로써 수천억원씩을 투자하며 심혈을 기울여 조성한 아까운 공단들이 주인을 찾지 못한채 잡초더미 무성한 들판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에서 수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새로운 공단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개발과정에서 야기되는 환경파괴는 물론이고 장기미분양에 따른 지방재정의 악화로 이어져 지역주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지금은 정부나 기업 모두 머리를 맞대고 철저히 경제논리에 기초하여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에 맞추어 지속적인 실천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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