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공선옥 두번째 소설집 ‘내 생의 알리바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공선옥 두번째 소설집 ‘내 생의 알리바이’

입력
1998.10.07 00:00
0 0

◎명치끝 찡∼ 해오는 외진곳 여인네들 삶우리네 세상살이에는 어찌 그리도 안되는 쪽으로 궂은 일만 자꾸 일어나는지. 어쩌다 작은 행운이라도 끼여들면, 우리는 오히려 불안해진다. 「행운이란 늘 불안한 것이다」. 이래도 저래도 불안한 우리 삶, 그 불안을 덜어줄 수 있는 삶에의 의욕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소설가 공선옥(35)씨는 두번째 소설집 「내 생의 알리바이」(창작과비평사 발행)에 실린 단편 「타관사람」에서 그를 보여준다. 그것은 아직 우리들 사이를 흐르는 정(情)이다. 공씨는 근래 드문 아름다운 단편 「타관사람」에서 장황한 요설이나 흔한 내면 토로 없이 단순하고도 깔끔한 스토리, 무심하게 툭툭 던지는 듯한 사투리 섞인 문체로 명치 끝이 찡해지는 감동을 준다.

「내 생의 알리바이」는 「피어라 수선화」(94년) 이후의 단편 11편을 모았다. 첫 소설집에서 광주등 시대와 사회의 폭력을 여성의 눈물겨운 삶을 통해 본능적이고도 날카로운 어조로 드러내온 공씨. 이번에도 특유의 날선 어조로 주로 아이가 둘셋 딸리고 아이아버지는 없는, 그늘진 생을 사는 여자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그중 「타관사람」은 예외적으로 남자가 주인공이다. 섬진강변 윗한배미라는 산골마을에 갑철이라는 사내가 찾아든다. 공사장에서 만난 남자가 자신의 집이었다고 알려준 폐가인 비닐움막에 살기 위해서다. 정처없는 그에겐 「불안한 행운」이다. 갑철은 고아가 된 조카 홍기를 데려와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산다. 그러나 어느 새벽 움막은 비에 무너진다. 소설은 갑철이 마을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움막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간단한 줄거리다. 홍기가 입학식날 고아라는 이유로 교감선생님으로부터 귀밑머리를 잡아댕기는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에피소드로 끼여든다. 가겟집에서 술취한 갑철은 옆방에서 노래방기계에 악을 쓰는 교감의 목소리를 듣다 「떠날 것인가 말 것인가」고민한다. 그를 막아주는 것은 홍기에게 밥도 해먹이고 따스하게 대해주던 가겟집 여주인 순임의 가슴이다.

「타관사람」에는 고향 전남 곡성 산골의 폐교가 된 초등학교 분교에서 살았던 작가의 체험이 배어 있다. 그는 『무슨 글을 어떻게 쓰며 살아가느냐보다 아이 셋 딸린 30대 중반의 시골아낙네로 정직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하종오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