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9·9절을 보내고 베이징(北京)에 돌아온 북측 고위급 인사들의 표정에는 자신감과 격앙된 모습이 역력하다. 아무래도 인공위성 발사와 연관된 것 같다. 그들은 인공위성 발사성공이 현재까지 북한의 가난과 고난을 보상했으며 앞으로 「여의주」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하는 듯 했다. 북한군의 한 고위급 인사는 묻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지금까지 생산한 무기를 팔아서 무엇을 했겠느냐』며 어깨를 으쓱했다.비교적 남측과 접촉이 많은 부부장급 한 인사는 『한국은 북조선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북조선은 봉건사회에서 사회주의체제로 곧바로 넘어가 자본주의를 모른다. 따라서 북조선 인민들은 현 체제의 변화를 곧 죽음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혁·개방은 북체제를 송두리째 흔들어 혁명일꾼들이 몰락하고 불온사상을 가진 자들이 득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인사는 『김정일 지도자 동지는 남조선의 삼성이 반도체를, 현대가 자동차를 세계수준으로 만든다는 것도 잘 안다』며 『우리는 이런 제품생산에 주력하지 않고 미사일이나 인공위성 개발에 진력해 왔다』고 말했다.
어쨌든 북측은 9·9절을 전후해서도 변화의 조짐이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외화벌이 일꾼과 개혁·개방론자들을 제거하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면서도 거액의 돈을 받고 기업인과 이산가족을 선별방북시켜 주고 실리만 챙긴다. 이제 돈없는 이산가족은 상봉이 더욱 어렵게 된 느낌이다. 현대의 금강산개발도 돈주고 뺨맞는 경우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남북간의 또다른 전선(戰線)인 베이징에서 변하지 않는 북한 인사들을 바라 볼 때마다 방북하는 한국의 기업인사들에 대한 대북교육이 참으로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북측의 한 고위급 인사에게 한국의 햇볕정책을 어떻게 보느냐고 질문하자 『우리를 말려 죽일 정책 아니냐, 남조선의 정책일 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북한의 강성대국(强盛大國) 구호가 북한주민들의 방성대곡(放聲大哭)으로 들리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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