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위기에서 탈출하여 번영을 구가할 수 있는 공동의 대응책을 과연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금융위기와 디플레 불안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긴박한 상황아래 워싱턴에서 개막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연례총회에 거는 기대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오늘의 세계경제위기는 선진국간의 선도적 정책협조는 물론 선·후진국간의 정책조율 없이는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이번 총회의 주요의제는 국제금융체제의 개편, 세계경제의 불황과 디플레 압력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협조, 아시아 러시아 중남미등 신흥시장의 위기해소지원, 국제투기자본 규제방안등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지난 3일의 선진 7개국(G7)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담을 필두로 선진국과 주요개도국이 참여하는 22개국(G22)재무장관회의, IMF잠정위와 개발위 회의등을 통해 의견조율이 숨가쁘게 이어져 왔다.
그러나 오늘의 세계경제가 직면한 위기상황 인식에는 각국이 공감하고 있으나, 구체적 실행방안에 대해서는 선진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 이견해소가 쉽지 않은 듯하다. IMF체제의 근본적 개혁이나 헤지펀드등 투기성자금의 규제만 해도 자국의 영향력 약화를 우려하는 미국이 미온적이다. 한국등 동남아 5개국에 대해 300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미야자와 구상」도 일본의 영향력 강화를 우려해 받아들여질지 미지수다.
정책협조의 관건인 일본의 과감한 경기부양책도, 미의회의 IMF출자금 증액승인도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 확산의 억제를 위해 긴급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장치와 신흥시장 지원을 위한 다자간 개발은행 설립등을 주장한 클린턴 대통령의 제안도 논의의 초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그가 어떻게 국내지지와 선진국들의 공감을 모으고 이를 일관성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미 금리인하에 대한 공조만 해도 내년의 유러단일통화 출범을 앞두고 높은 유러가치가 우선인 유럽은 냉담한 상태다.
아시아 위기로 발단된 세계금융 동요와 디플레 우려가 이미 러시아와 중남미로 확산되고, 헤지펀드 파산위기 표면화와 함께 미국의 금융시스템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흥시장 위기 심화는 결국 선진국 불황으로 확산되고 세계경제를 공황으로 몰아간다. 선진국들이 자국이기를 버리고 세계경제부터 살리겠다는 정책협조의 단안을 내리지 못한다면 파국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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