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경제난 속에 겨레의 큰 명절인 추석을 맞는다. 고향과 부모님을 찾는 민족의 대이동은 벌써 시작됐다. 고향에 가는 사람과 사정이 있어 귀성을 못하는 이 모두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한결같다.조사에 따르면 올 추석 귀성객은 예년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귀성은 우리의 관습이며 미덕이지만, 어려움을 이기는 저력을 찾는 길이기도 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가위 연휴 중 날씨도 대체로 맑아 보름달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IMF 체제이후 처음 맞는 이번 한가위에 우리 주변에는 우울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기업의 잇단 도산과 구조조정 속에 실업자는 200만명을 넘어섰고 2,000명에 가까운 노숙자가 도시를 배회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노숙자들을 위해 합동 차례상까지 마련한다지만, 명절 때일수록 노숙자 본인은 물론 그 가족은 더욱 외로울 것이다. 또한 전국의 고아원이나 양로원은 이제 찾아오는 발길이 거의 끊겨가고 있다고 한다. 연휴 중에는 근검한 생활 속에 나눔의 정신으로 불우한 이웃들을 다시 한번 살피고, 경제난을 이길 에너지를 재충전해야 할 것이다.
지금 대기업은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을 진행 중이고 중소기업은 추석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60여%의 중소기업이 예년에 지급하던 추석상여금을 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여름에는 집중폭우로 많은 인명이 희생된데다가 조상의 묘까지 유실되어 마음이 더욱 무겁다. 경기 북부의 수재민 보호소에서는 50여일째 90여명의 수재민들이 방 한 칸도 못구한 채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 4,000여기의 분묘가 유실된 이 지역에서는 지금까지 절반 정도만 복구되어 조상의 유골을 찾지 못한 후손들은 합동차례를 지내야 할 판이다.
집중폭우로 인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초가을의 늦더위 덕분에 쌀 농사는 목표 보다 5%가 늘어난 3,564만섬이 수확될 것으로 농림부는 예상했었다. 그러나 최근 찾아온 태풍 「얘니」로 60여명에 이르는 사망·실종자와 함께 전체 면적의 19%에 해당하는 논이 침수돼 벼 수확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다.
아직은 우리 경제가 회복되려는 뚜렷한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소중한 것은 부모 자식 간, 또는 가족 간의 돈독한 우애와 격려다. 지금 남녘 들판에서는 벼 일으켜 세우기가 한창이다. 벼를 일으켜 세우듯이 고향에서 생명력을 얻고, 또 가족 간의 사랑으로 서로 처진 어깨를 펴주는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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