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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 확실한 결론이 시급하다/柳時敏 시사평론가(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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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 확실한 결론이 시급하다/柳時敏 시사평론가(한국시론)

입력
1998.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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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부터 주요대 무시험 불구 시행 세부사항 아직 확정안돼 중3 학부모는 지금 불안하다”중3 자녀를 둔 학부모는 지금 불안하다.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할 2002학년도부터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이 무시험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불안감의 진원지는 이 전례없는 제도의 시행과 관련된 세부사항이 아직 확정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난주 열린 교육부 대입제도개선 공청회에서는 추천권자를 고교장에서 일선교사까지로 확대하는 문제와 추천권 행사의 공정성 확보 방안 등 다양한 제안과 우려가 쏟아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이른바 「고교등급제」이다. 학부모회를 비롯한 여러 교육관련 단체에서는 대학이 고교별 학력수준을 기준으로 추천학생수를 할당할 경우, 벌써 25년째 시행해 온 고교평준화 정책의 근간이 무너지고 「일류고교」진학경쟁으로 중학교까지도 입시전쟁의 광풍에 휩쓸리게 된다며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반면 본고사 없이 고교의 추천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해야 하는 대학으로서는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서 학교간 학력 격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교장 추천의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가 학력이고, 학문 연구를 본연의 임무로 하는 대학이 신입생의 학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고교등급제」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대학측을 비난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해서 앞으로 한두 달 안에 확실한 결론을 내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11월에는 2002년 대학에 진학할 중3학생들이 특수목적고와 선발고교, 평준화고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대학들이 그 때까지도 2002학년도 고교별 추천학생수의 할당 방식에 대해서 분명한 방침을 밝히지 않는다면, 이 아이들은 극도의 불확실성 아래서 고교 진학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일단 이 선택이 이루어지고 나면, 교육부와 대학 당국이 추천학생수 할당에 대해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학생과 학부모들은 선선히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대학입시는 물론이요, 고등학교 교육까지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무제한적으로 추천을 받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방식이다. 「일류대학병」을 앓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서울대에는 입학정원의 몇십 배나 되는 원서가밀려들어 입시행정 자체가 마비될지도 모른다. 모든 학교에 같은 수의 추천권을 주는 것은 교육을 잘 한 학교와 잘못 한 학교를 동등하게 대우함으로써 「경쟁도 평가도 없는 교육 풍토」를 조성할 뿐이다. 경쟁이 능사는 아니지만 경쟁없이는 발전도 없다.

학부모 단체들은 무조건적인 고교등급제 반대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서울대나 연·고대가 우수한 아이들이 몰리는 「선발고교」에 예컨대 100명의 추천권을 주고 「평준화고교」에 10명의 추천권을 준다고 가정해 보자. 학생과 학부모들은 우수학생이 몰린 선발고교에서 추천순위 100등에 드는 것과 평준화고교에서 10등에 드는 것 가운데 어느 편이 쉬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처음부터 알고 선택했기 때문에 결과가 나빠도 남을 원망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고교등급제를 실시하더라도 아이들이 반드시 명문고교에 몰릴 이유는 없으며, 교육부가 명문고 진학률과 중학교에 대한 지원을 연계시키지 않는다면 명문고교 입시전쟁이 중학교에서 벌어져야 할 필연성도 없다.

학력이 유일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학력을 무시하는 입시전형 역시 좋다고 할 수 없다. 2002학년도부터 실시되는 것은 「무시험전형」이지 「무기준전형」이 아니다. 입시전쟁에 대한 염증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종류의 경쟁과 평가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경쟁의 규칙을 알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확실한 정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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