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이 북한에 「총격전 요청」을 했다는 의혹은 수사기관이 배후세력에까지 수사를 확대함으로써 조만간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 대해서 여권은 배후세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야당파괴와 「이회창 죽이기를 위한 북풍조작사건」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이 이 사건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여야는 우선 진실이 밝혀지도록 협조해야 한다.거듭 당부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에 한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조사해서 이를 공개해야 한다. 국민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이같은 혐의가 사실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그렇다고 근거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어느 한쪽을 흠집내려 했다고도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이 한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이회창총재측은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자신의 도덕성을 훼손시켜 강력한 야당을 말살하려는 비열한 정치공작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반국가적 외환(外患)유치범죄」인가, 아니면 「이회창 죽이기와 야당파괴공작」인가에 대한 분명한 판가름을 해야 할 입장이다.
여당인 국민회의는 여야합동 진상조사를 위해 국회차원의 진상조사단 구성을 야당측에 제의하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검찰이 안기부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아 이제 막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는 시점이다. 수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듣기에 따라서는 정치권이 사건의 진상을 캐는데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흥정의 여지를 만드는데 더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오해를 사기가 쉽다.
이번 사건은 결코 정치적인 흥정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아무리 정권의 향방이 걸린 대통령선거라고 해도 무장한 적군에게 총격전을 일으키도록 유인하여 선거판에 이용하려 했다면 추호의 관용도 베풀어서는 안될 매국적 행위다. 정치권이 섣불리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조용히 지켜본 다음에 대응책을 세우는 것이 순리다. 검찰의 엄정중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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