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총무가 그럴리가…”/野 내부 혼선에 없던일로세풍(稅風)사건에 대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입장표명여야영수회담국회등원의 수순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 하던 정국정상화 스케줄이 한나라당의 내부혼선으로 무산됐다. 여야총무간 정국정상화합의가 한나절도 안돼 휴지조각이 돼버린 것이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자민련 구천서(具天書) 총무 등 3당총무는 2일 오전 국회에서 회담을 갖고 ▲총격요청 사건 관련해 정치권이 정쟁을 자제하고 검찰의 조사결과를 지켜본다 ▲국세청 모금사건은 이회창 총재가 2일 오후 입장을 표명한다 ▲이를 지켜본 뒤 총무들이 저녁에 의장공관에서 다시 만나 여야영수회담 등 제반사항을 논의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회담결과 발표 직후부터 일은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회담당시 당사에서 「여권타도」 일색의 의원총회를 하고 있던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일대혼란에 빠졌다. 변정일(邊精一) 총재비서실장은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고, 윤여준(尹汝雋) 총재특보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부영(李富榮) 야당파괴저지투쟁위원장은 『박총무가 따로 노는 것 같다』며 불쾌해 했다. 총재실 관계자들은 『총무가 당에 와서 보고할 것이므로 지켜보자』면서도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다』고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박총무의 한 측근은 『어제(1일) 저녁 7시께 이총재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말해 사전에 이총재의 재가를 받았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합의내용은 이미 지난달 30일 초안이 만들어졌다』며 『북풍 부분은 어제 추가됐고, 이 과정에서 박준규(朴浚圭) 국회의장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총무간 합의내용이 밖으로 샐 경우 무위로 돌아간다고 판단,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며 『총재총무간 직보라인을 통해 경과과정이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총재의 한 측근은 『이총재가 박총무의 사후보고를 받고 역정을 냈다』고 전했다.
당사자인 박총무는 결국 의원총회 참석 뒤 차로 이동중인 이총재와 전화통화를 하고난 뒤 「꼬리」를 내렸다. 박총무는 『총격요청 사건에 관한 것 외에는 합의한 게 없다』고 발을 뺐다. 한 당직자는 『박총무가 일을 만들어보려는 욕심에 이총재에게 두루뭉실한 사전보고를 한 뒤 일단 합의사항을 도출해 놓고 국회정상화쪽으로 밀어붙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1일밤과 2일오전 사이 당내분위기가 초강경으로 흐르는 바람에 박총무는 회담내용을 의원총회에 보고조차 하지 못하고 주저앉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박총무가 사정정국의 조기매듭을 위해 이총재보다는 검찰의 조사를 받고있는 김윤환(金潤煥) 전 부총재측과 긴밀히 의논해 일을 서두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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