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화의 전초전」. 남사당이야기 「유랑의 노래」(3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는 그런 느낌이 강하다. 작·연출·출연을 겸한 김명곤씨가 시나리오를 먼저 썼고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40여개의 많은 장면이 스쳐가는 것부터 그렇다. 주인공 추산이 스승이 죽은 뒤 꼭두쇠가 되고, 사랑하는 여인이 추산을 배신하고 돈많은 남자를 따라가는 등 굴곡진 예인의 일대기는 많은 장면에서 별 대사 없이 나열된다. 김씨가 출연했던 영화 「서편제」를 연상케 하는 장면도 있다. 떠돌이 남사당패의 길 떠나는 모티프는 「서편제」의 진도아리랑 장면을 연상시킨다. 「서편제」에서 『신파극엔 출연할 수 없다』던 소리꾼의 자존심은 『서커스는 안된다』로 바뀌었다.
「유랑의 노래」는 김씨가 말한대로 『전통적 내용과 대중적 형식의 조화』를 꾀하는 새로운 이정표인 셈이다. 공연·영화제작기획사 아리랑프로덕션 대표와 마당극단체 협의체인 전국민족극운동협의회 의장. 김씨가 맡고 있는 두 개의 직책을 통해서도 그의 활동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잊어서는 안 될 우리의 것을 대중이 가깝게 느낄 수 있게 재창조하겠다는 의도이다.
연출자의 사명감이 너무 강한 것일까. 『양놈의 광대에게 우리 자리를 빼앗겨서는 안된다』는 대사는 차라리 선언처럼 들렸다. 볼거리 많고 풍자가 있는 연극임에는 틀림없지만 지나친 사명감은 극전체의 흐름을 부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연극 중 삽입된 수분에 걸친 영상을 통해 김씨의 영상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게 성과라면 성과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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