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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정치비용/趙潤濟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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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정치비용/趙潤濟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한국논단)

입력
1998.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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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잘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 중의 하나는 불확실성의 제거이다. 장래의 경기전망이 불투명할 때, 혹은 정책방향이 불분명할 때 신용은 경색되고 투자는 위축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낮추고 장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분명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기업이나 일반투자자들이 장래의 경제전망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를 갖도록 하는 것이 경기회복을 위한 관건이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며칠 전 대통령과 각 경제부처 책임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의 정책과제와 방향을 제시하고 희망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그러나 보다 깊이 생각해 보면 현재 우리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불확실성은 바로 정치의 불확실성이다. 앞으로 전개될 대통령제냐 내각제냐 하는 권력구조 변화에 대한 논쟁과 이와 관련하여 추진될 정계개편에 국가의 에너지와 정치지도력이 집중된다면 그만큼 경제는 정치논리에 밀려나고 이미 제시된 정책방향은 신뢰성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도, 그리고 국무총리도 모두 내각제는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국민들은 이러한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고, 또한 내각제로의 개헌을 원하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제에 대한 선호가 앞서고 있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의 공동정부가 공언하는 대로 내각제 개헌을 하려 한다면 앞으로 상당히 무리한 정계개편을 추진하려 들 것이고 이에 필요한 분위기를 잡기위해 또 정치권이 얼마나 요동을 쳐야할지 알 수 없다. 벌써 지난 수개월 동안 정계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제논리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감이 없지 않았으며 이것이 지속될 경우 경제에 대한 영향은 상당히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한 나라의 권력구조 변화 만큼 그 나라 경제에 가장 큰 불확실성을 제공하는 요인도 찾기 어렵다. 반면 만약 집권여당이 실제로는 내각제를 추진할 의향이 없으면서 말로는 계속 내각제 개헌약속을 지키겠다고 공언한다면 이는 대통령과 정부의 공신력과 권위에 대한 회의를 가져오게 되며 그 결과 그러한 정부가 내걸고 있는 경제정책에 대한 방향제시와 약속도 그만큼 신뢰를 얻지 못하고 불확실성은 여전히 제거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회복을 위해 가장 큰 관건이 될 수 있는 것은 권력구조개편에 대한 불확실성의 조기매듭이다. 외채의존적인 경제에 있어서 정치의 불확실성이 초래할 수 있는 비용은 의외로 높으며 우리 스스로의 경험과 외국의 경험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멕시코의 경우 지난 82년 이래 수차례의 외환 및 경제위기를 맞았는데, 그 시기는 선거나 정권교체기와 놀라우리만치 깊은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외환위기도 작년의 정치일정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우리 경제는 국제금융환경의 불확실성, 해이해져 가는 국민들의 개혁공감대 등으로 상당히 예측하기 어려운 힘든 구조조정과정을 거쳐 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정치의 불확실성이 더해질 때 우리경제에 대한 전망은 더욱 어두워진다. 현실적으로 볼 때 지금 어떤 방향으로든 권력구조 논쟁에 대한 조기매듭을 짓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각제 개헌이야 말로 현재의 공동정부를 받쳐주는 근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 우리가 처하고 있는 경제상황은 우리가 권력구조에 대한 논쟁을 오래 끌고갈 만큼 사치스런 환경에 놓여있지 않은 것 또한 분명하다. 이 문제에 대해 온 국민이 속히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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