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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겐 음경뼈가 왜 없나/백재승(성의학칼럼: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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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겐 음경뼈가 왜 없나/백재승(성의학칼럼:10)

입력
1998.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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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음경 끝에 뼈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우 너구리 해마 이리 등의 포유동물도 음경에 뼈가 있다. 사람의 음경에는 없는 뼈가 왜 이들 동물에겐 있는 것일까. 이는 종족 보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음경에 뼈가 있으면 충분히 발기되지 않더라도 짧은 시간에 빠르고 정확한 짝짓기가 가능하다. 반면 사람은 발기가 충분하지 않으면 삽입조차 불가능하다.남성 발기부전의 치료법으로 잘 알려진 음경보형물은 흔히 동물의 음경내 뼈에 비유된다. 하지만 적절한 비유는 아니다. 음경보형물이란 발기과정에서 혈액이 차는 음경해면체를 생리식염수가 들어 있는 실린더로 대치한 것. 그 자체로 완전한 발기를 가져오는 것이지 불충분한 발기를 도와주는 기구는 아니다. 8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국제임포텐스학회에선 충분히 발기되지 않은 음경을 밖에서 부축해 세워주는 기구가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이 기구야말로 동물의 음경내 뼈를 원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인간에게 빠르고 정확한 성생활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성에는 종족 보존의 수단 외에 인생을 더욱 풍성하고 윤택하게 하는 개념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성은 즐길만한 가치가 있고 문제가 있으면 치유돼야 하는 것이다. 이런 당연한 얘기를 하다가도 우리 사회만 생각하면 맥이 빠진다. 우리는 「문제있는 성」보다 「문란한 성」이 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비아그라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피라미드 판매조직에 의해 불법 유통된 비아그라가 고통받는 환자가 아닌 일반인의 성유희에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비아그라 한 알에 우리 사회의 수준과 부정적 요소가 그대로 응축돼 있는 것같아 개탄스럽다. 「인간은 누구나 성을 즐길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인간사회의 기본윤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 우리 사회에선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인가.<대한남성과학회장·서울대의대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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