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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어업협정,너무 잃었다/李相冕 서울대 교수·국제법(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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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어업협정,너무 잃었다/李相冕 서울대 교수·국제법(한국시론)

입력
1998.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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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 일본은 거의 타결단계에 이르렀던 한일어업 협상을 갑자기 백지화하고 기존의 한일어업 협정마저 파기함으로써, IMF사태를 당하여 실의에 차있던 우리의 허를 찔렀었다. 그런데, 10월7일 김대중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서둘러 타결한 이번 한일어업협정의 내용을 보면, 그때 일본이 왜 다된 협상을 뒤엎었는지 알 수있을 것같다.이번 협상타결의 결과, 우리 어선들은 2∼3년내에 일본 경제수역으로부터 완전히 철수하게 되었고, 독도를 중간수역에 넣어버림으로써 독도가 분쟁상태에 있다는 것을 사실상 명시하여 일본은 독도에 대해 전보다 유리한 입장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는 제주도 남쪽에서 우리 수역을 침범한 일중(日中)어업수역을 그대로 인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한일대륙붕공동개발구역 상부수역의 대부분을 이론도, 명분도 없이 일본에 내어주었다. 구한말 우리 관리들이 국제법의 무지로 말미암아 일본어민에게 영해 3해리내에서 조업할 수있게끔 불평등조약을 체결하여, 우리 어민의 가슴에 한을 심었던 것과 무엇이 다르랴.

지난해 협상에서 일본은 135도를 경계로 삼자고 했는데 이번에는 135도30분으로 영역을 넓히는데 성공했다. 연안에서 34마일이냐, 35마일이냐를 놓고 다투던 것 역시 일본의 주장대로 35마일로 하였다고 한다. 도대체 우리는 이번 협상에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 대화퇴 어장의 일부를 중간수역에 넣은 것 말고는 거의 아무것도 없다.

일본이 승리했고, 우리는 패한 것이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독도를 따로 떼어내는데 성공했다. 일본은 독도의 주변수역을 공유함으로써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에 아주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독도는 국제법상 영유권이 인정되지않는 무인도가 아니다. 동도(東島)와 서도 사이를 매립하면 마을도 지을 수있고 관광지로 개발할 수도 있으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위한 애국의 도장으로 만들 수도 있는 잠재적 유인도다. 이번 협상에서 독도를 접속수역도, 어업수역도 갖지 못하는 섬으로 전락시킨 정부의 태도는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다. 독도주변 수역을 공유한다는 것은 독도가 발양해내는 광대한 바다를 공유한다는 말이며, 곧 독도 그 자체를 공유한다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기때문이다. 공산주의자들처럼 공유를 좋아하는 자들이 있지만 세상에는 공유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우리는 아내를 공유할 수 있겠는가?

제주도 남쪽의 한일대륙붕 공동개발구역의 상부수역에 대해서도 해양경계획정선이 그어질 때까지는 일본측에서 주장하는 중간선을 인정해서는 안된다. 일본 국내법대로 중간선에 따른 상부수역 대부분을 양보하는 것이라든지, 우리와 상의없이 대륙붕 공동개발구역 상부수역에 설치한 일중잠정어업수역을 인정하는 행위는 주권국가로서 있을 수 없다. 섣불리 양보한 어업수역은 30년후에 있을 이 지역 해양경계선협정에 치명적인 결함이 될 것이다.

이토록 불평등할 뿐더러 불합리한 요소가 적지않은 이번 협상결과를 그대로 체결한다면, 차후에 독도의 지위는 물론 일본과의 해양경계협정을 협상하는데 있어서도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일단, 협상의 결과를 무로 돌리고 다시 생각해보자. 협상에는 원칙이 중요하다. 합의할 수있는 것만을 합의하고 나머지는 차후로 미루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설사 협상이 결렬되어 당분간 무협정 상태에 있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협상만큼은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바쁘면 돌아가라』는 일본의 격언은, 협상술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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